넥센타이어가 1조를 투입해 지은 체코 공장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1조를 투입해 지은 체코 공장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넥센타이어가 1조원을 들여 지은 체코공장이 본격 가동하기도 전에 산재 사고로 난감한 상황을 겪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 청원까지 한 이 사고는 해외 산업현장의 사각지대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넥센타이어와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 체코 자테츠에 위치한 넥센타이어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사고를 당했다. 약 4.5m 높이에서 추락한 A씨는 닥터헬기까지 동원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머리와 척추, 목 등에 큰 부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졌다. 아빠가 사고를 당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당시 체코 방문을 앞두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아빠를 한국으로 데려와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아빠의 심각한 상태와 열악한 병원 시설, 의사소통 문제 등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전했다. 특히 A씨가 속한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인 넥센타이어와 시공사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모두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한 달 동안 8,200명이 참여하며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A씨의 계약 상태다. A씨는 넥센타이어와 계약한 타이어 제조설비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 중이었다. 다만, 하청업체와도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돼있었다.

이 같은 계약 상태만 놓고 보면, 치료비·보상금 등 A씨의 산재 사고에 따른 책임 소지를 가리기 어렵다.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부담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A씨는 제대로 된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넥센타이어는 도의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조만간 국내로 돌아오는 것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적인 책임 소지는 추후에 가릴 문제지만, 우선 ‘도의적 차원’에서 다소 무리한 요구에도 적극 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애초에 도의적 차원에 의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적인 책임 소지가 불분명한 상황으로 인해, 산재 피해자와 기업 모두 혼란 및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고의 사각지대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부 당국이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비교적 원만하다. 특히 A씨처럼 계약 상태가 복잡하더라도, 책임 소지를 가리는 것이 보다 명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산업현장에서는 문제가 복잡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통 해당 국가의 법이 적용되고 조사 및 조치도 현지 당국이 하게 된다”며 “하청업체와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해외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경우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가리는 것이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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