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법원에선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법원에선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소미연기자] 사법농단 수사 5개월 만이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소환된다. 그는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때문에 법원도 검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출석 하루 전날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자회견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에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검찰 포토라인을 ‘패싱’하고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검찰은 말을 아끼면서도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전직 대통령들도 검찰에 소환될 때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혔다는 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권 의식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도 난색을 표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장소 제공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은 바 없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언론에만 기자회견을 통보했다. 이에 대법원은 청사 사용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전 대법원으로 향할 계획이다. 청사 내부를 사용할 수 없다면 정문 밖에서라도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각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 장소로 대법원 청사를 고집하면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피의자 신분임에도 사법부 수장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특히 ‘판사 블랙리스트 1호’ 서기호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의도를 의심했다. 대법원에서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은 “판사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소환 조사 이후 영장심사를 맡게 될 판사들로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데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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