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여유자금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로 부동산투자가 지목됐다. /뉴시스
가계의 여유자금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로 부동산투자가 지목됐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작년 3분기 국내 자금순환 동향을 분석한 통계가 발표됐다. 가계가 주택 구매를 위해 금융활동을 줄인 한편, 기업은 투자보다는 ‘실탄 마련’에 집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9일 ‘2018년 3분기 중 자금순환’을 발표했다.

2018년 3분기 중 발생한 ‘순자금운용’의 규모는 28조2,000억원으로 2분기(14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뺀 ‘순자금운용’은 경제계에 공급되는 자금의 규모를 뜻한다. 다만 민간소비의 주체인 가계는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어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소비자단체·자선단체·종교단체 등)는 2분기에 비해 자금조달과 운용 규모가 모두 줄었다. 자금조달은 금융기관의 단기 차입금을 중심으로 2조5,000억원 감소했으며, 자금운용 분야에서는 증권·펀드 투자가 2분기 11조4,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11조원) 자체는 2분기와 유사했지만, 18년 1분기나 17년 4분기에 비해선 5조원 이상 적다.

한국은행 측은 “가계가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하면서 여유자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가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자산 보유를 줄이고, 투자처 역시 금융상품에서 부동산으로 바꿨다는 해석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4.6%씩 증가했으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KB 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작년 9월 전국 부동산매매지수는 1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월간 기준). 가계부채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3분기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4배로 2분기(2.15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한편 기업의 자금순환 통계에서는 위축된 투자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금융법인의 3분기 자금조달은 2분기에 비해 86.2% 증가했지만, 자금운용이 더 큰 폭(263.6%)으로 늘어나면서 순자금조달(자금수요) 규모는 절반 이상 줄었다. 금융기관에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예치(2분기 -1조6,000억원)하고, 현금 보유액도 1조300억원 증가했다. 반면 투자펀드 지분은 1조2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2분기 6조3,400억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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