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형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전조율 없는 100% 자유질의응답이었다. 세 번째였던 만큼 청와대나 기자단의 긴장감은 100일 취임 기자회견 때와 비교해 크지 않았다. 취재진들은 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차분히 앉아 질문거리를 검토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신년기자회견문 발표 후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착석하자마자 “바로 시작하자”며 기자회견의 방식까지 간략히 직접 설명했다. 기자회견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 대통령의 주관 하에 진행된 셈이다. 이는 대통령의 자신감과 함께 참모들의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엄두 내기 어려운 방식임은 분명하다.

현재의 방식을 도입하기까지 총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 사전조율 없는 질의응답 방식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시작됐다. 다만 당시에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언론인들과 접점이 많은 국민소통수석이 지명했다는 점에서 ‘짜고치는 고스톱’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미국식’이 논의됐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참모들은 고민 끝에 이 같은 방식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한번 해보자”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기자들을 잘 모르는 문 대통령이 지명하면서, 더욱 다양한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질문권을 갖게 됐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크고 전통적인 매체가 아닌 많은 중소매체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며 “모든 기자들에게 열려 있었으며 질문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이전 정부, 미국 백악관과도 달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참모진의 자리는 대통령 뒤편 배석자리가 아닌, 기자단 옆으로 정해졌다. /뉴시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참모진의 자리는 대통령 뒤편 배석자리가 아닌, 기자단 옆으로 정해졌다. /뉴시스

◇ 참모진 보좌 없이 홀로 진행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비서진의 자리가 기자석 왼편에 마련됐다. 디테일한 정책적 질문이 나올 경우, 답변을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의 뒤편에 배석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참모진 없이도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답변은 크게 막힘이 없었다. 일부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회피하진 않았다. 또 한 기자가 북한 비핵화 구체적 과정을 비교적 길게 예시하며 중재의사를 물어오자 “기자가 방안을 다 말해줬다. 그렇게 설득하고 중재하겠다”며 유머러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일부 전직 대통령의 경우 사전에 약속된 질문과 준비된 답변을 읽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함으로써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자유질의 방식을 정착시킴으로써 다음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다음 대통령도 따라야 하는 관행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만들어진 시스템을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물론 기자회견 횟수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1년에 수십차례 기자회견을 하고 질문에 답변을 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에는 기자회견을 월평균 1회 꼴로 했는데, 대통령 직무와 일정상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기자회견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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