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위반 혐의에 제재 결정이 또 다시 미뤄졌다./한국투자증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결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제재 심의 절차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또 다시 연기했다.

◇ 속타는 한국투자증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정 위반 등 종합검사 결과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회의를 진행됐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추후 재심의를 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하고 제재 절차를 논의해왔다. 지난해 5월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당 대출한 혐의를 포착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등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결정은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안이 중대한데다 의견 진술의 범위도 광범위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사실상 개인대출에 활용됐는지 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해당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실트론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이를 상환했다. 

문제는 ABST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TRS는 총수익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 매수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파생상품이다. 즉, SK실트론의 주가가 떨어져 손해가 발생하면 최 회장이 이를 보전해주고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갖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이 계약을 통해 SK실트론의 지분 19.4%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봤다. 

또  SPC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이고, 최 회장이 실질적인 대출자라고 보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이 TRS 거래 형식을 빌려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사실상 최 회장에게 대출한 것이 아니냐는 게 당국의 의심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은 개인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당국은 이번 사안이 해당 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강경한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제재 결정 절차는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20일 제재심에서도 이 사안을 논의했으나 한국투자증권 측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징계 결정을 연기했다. 한국투자증권이 SPC를 통해 대출이 실행된 만큼, “단순 법인 대출일 뿐”이라며 반발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1호 ‘발행어음’ 사업자다. 이번에 만약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신인도 타격을 물론, 사업 진행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사장으로 취임한 정일문 사장도 부담도 커진 모양새다. 정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제재 논의와 관련해 “금감원 지적사항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수긍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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