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을 이끈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았으나 올해 상황은 좋지 않다.
반도체 산업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을 이끈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았으나 올해 상황은 좋지 않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반도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슈퍼 호황’이라 불리던 반도체 산업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업황의 불확실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코리아’에 위기가 찾아왔다. 

◇ 반도체, 수출액 줄고 기업 실적은 하향세

반도체 산업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을 이끈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았으나 올해 상황은 좋지 않다. 관세청이 발표한 ‘2019년 1월 1일∼1월 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초 열흘간 수출액은 127억달러(약 14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1조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의 영향이다. 반도체 품목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 1년 만에 수출액이 30% 가까이 내려앉았다. 여전히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21억2,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7억9,000만달러(약 8,820억원)가 줄었다. 반도체의 영향력이 지난해보다 약화됐다. 

기업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8.53%, 전년 동기 대비 28.71%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이 고전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액이 20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결과다. 

SK하이닉스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분기 대비 10%, 21% 감소한 10조3,000억원, 5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한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서버 고객의 주문 감소,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으로 비트그로스(D램 생산량 증가율)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9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D램과 낸드 수요 부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초호황’, 올해 끝났나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호황이 끝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1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하며 호황을 알린 바 있다. 이후 2017년 3분기까지 매분기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고, 4분기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분기별 영업이익은 △6조3,100억원(1분기) △ 8조300억원(2분기) △9조9,600억원(3분기) △10조9,000억원(4분기)등이다. 

지난해는 매분기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77%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왔다. 실제 지난해 1분기 11조5,500억원을 시작으로 △11조6,100억원(2분기) △13조6,500억원(3분기) 등을 기록하며 매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2017년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경신한 바 있다.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의 성장에 따라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메모리 시장이 확대됐고, 13조7,2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19% 성장한 수치다.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것을 실적으로 알렸다. 지난해 분기 실적은 △4조3,673억원(1분기) △5조5,739억원(2분기) △6조4,724억원(3분기) 등을 달성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11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투자‧고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가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반도체 출하비율이 전월 대비 16.3% 하락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순위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7년 세계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가 올해 2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연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며 24년 만에 경쟁사 ‘인텔’을 꺾었다. 지난해 역시 21.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특히, 비메모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악화에 따른 영향이 인텔 대비 크다. 이에 따라 반도체 매출의 84%가 메모리에서 발생하는 삼성전자가 다시 2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 가트너 부사장은 “2019년 메모리 시장이 약화될 것”이라며 “올해 업계 순위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한적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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