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0 18:46 (수)
파인텍 노동자 ‘426일 고공농성’이 의미하는 것
파인텍 노동자 ‘426일 고공농성’이 의미하는 것
  • 조나리 기자
  • 승인 2019.01.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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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일째 고공농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온 파인텍지회 박준호(왼쪽 두번째부터)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426일째 고공농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온 파인텍지회 박준호(왼쪽 두번째부터)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426일째 굴뚝에 올라 농성을 벌였던 파인텍 노동자들이 지상에 내려 왔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헬기 수송 또는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두 노동자는 직접 걸어서 내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파인텍 노사는 20시간 이상의 밤샘 회의 끝에 긴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이로써 고공농성을 벌였던 홍기탁·박준호 씨를 포함한 5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 약속 파기가 불러온 엄청난 사회적 비용

먼저 땅을 밟은 이는 박준호 씨였다. 난간을 잡고 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온 박준호 씨는 한 차례 멈춰 숨을 고르고는 곧 지상에서 동료와 포옹을 나눴다. 박씨가 구급차에 실린 뒤 사인을 받고 내려오기 시작한 홍기탁 씨는 박씨보다 좀 더 빨리 땅을 밟았다. 두 사람은 우선 구급차에서 기본적인 검사를 받은 뒤 들것에 실려 기자회견 장으로 옮겼다.

11일 오후 4시께 두 사람이 모두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2013년부터 시작된 사측과의 갈등이 봉합됐다. 6년 동안 파인텍 노동자들은 이번을 포함해 두 번의 굴뚝 농성을 벌였다. 두 번째 농성은 1차 농성 당시 408일의 기록을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이날 오전부터 파인텍 노동자들의 소식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창에 뜬 ‘파인텍’이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7일부터 단식에도 돌입한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시작된 사측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시민과 네티즌들은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매일 출근길에 굴뚝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떼쟁이’라며 비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노조와의 협상에 앞서 “제조업 하기 힘들다. 굴뚝에 오르면 다 영웅이 되는 것이냐”라던 김세권 스타플렉스의 대표의 발언을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당초 약속을 어겼던 이는 김세권 대표였다. 408일 간의 1차 굴뚝 농성 끝에 이뤄진 노사합의가 무색하게 공장을 폐쇄하는 사측의 태도에 투쟁을 다짐했던 해고자들도 결국 복직을 포기했다. 남은 5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굴뚝에 오른 것.

파인텍 고공농성은 일방적인 노사합의 파기가 노사 모두에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파인텍 노사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차광호(왼쪽 세번째부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합의문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강민표 파인텍전무이사.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파인텍 노사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차광호(왼쪽 세번째부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합의문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강민표 파인텍전무이사. /뉴시스

◇ 양보로 이뤄낸 합의안... 내용은?

노사는 회사의 정상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마무리했다. 파인텍 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김세권 대표는 “원만하게 합의를 봤다”고 했지만, 차광호 지부장은 “부족한 합의였지만,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파인텍이 반복적으로 유령회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대표가 대표를 맡을 것과 해고자 5명을 직접 고용할 것, 폐업 시 스타플렉스로의 고용·노조·단협 승계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공개된 합의서에 따르면 우선 노조가 요구했던 대로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게 됐다. 반면 노조가 강경하게 요구하던 ‘모회사 고용 승계’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신 회사 측은 김세권 대표의 책임을 명시하기로 했다.

해고자들은 오는 7월 1일 공장으로 복귀한다. 다만 건강 회복 등을 고려해 사측은 남은 6개월 동안 유급휴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4월 30일까지 단체협약 체결도 약속했다. 공장의 소재지는 평택 이남 지역으로 하며, 원활한 생산을 위해 적정 인원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또한 최소 3년간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임금은 2019년 최저임금(시급)에 1,000원을 더한 금액으로 정했다.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하고 연장시간은 노사가 합의해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는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는 농성을 중단하고 시설물을 자진 철거한다.

홍기탁·박준호 씨는 병원으로 떠나기 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씨는 “5명밖에 안 남은 파인텍 동지들이 단식까지 하면서 함께 해주셨다”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도 그 마음을 안고 올곧게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뼈가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위에서 박준호 동지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노동조합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는 앞서 “제조업 하기 힘들다”던 김세권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두 노동자는 간단한 인사말을 남긴 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파인텍 모기업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 등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6차례 교섭을 거친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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