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묶어 ‘조직 부적응자’로 규정했다. 청와대를 정조준한 ‘폭로’라는 점에서 두 건의 사태가 공통적 맥락을 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김태우=신재민’ 전략은 자칫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해찬 대표는 1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우나 신재민 이런 분들은 말하자면 조직에 잘 적응을 못한 사람들”이라며 “김태우 전 수사관은 자기 직분에 맞지 않는 걸 했기 때문에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도 마찬가지다. 비위는 아니지만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고, (퇴직 후) 6개월 동안 아무 말도 안하다가 김태우 사건이 터지니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경력) 3~4년 짜리 공무원의 시야와 고위 책임자가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관점이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좋은 태도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김 전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또 다시 ‘나쁜놈’ 프레임을 씌우고 최종 낙인을 찍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실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렇게 이해찬 대표가 오만한 태도로 일관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것은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같은 날 “이해찬 대표가 문제를 개인일탈로 격하시켰다”며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손이 더럽다느니 장갑을 끼었다느니 딴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레임덕이 가속화되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부지기수로 터질 것이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더해지고 당내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김 전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을 싸잡아 공격해왔던 손혜원 의원을 포함해 당내 의원들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함구령’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폭로가 연달아 불거지면서 소모적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김태우 특검법’과 ‘신재민 청문회’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김태우=신재민’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 국정농단 사태 때와 180도 달라진 발언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고영태·노승일 씨 등 내부고발자 보호 방안을 담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10건 넘게 발의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내부고발자 등 공익제보·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정부를 겨냥한 폭로가 나오자 ‘메신저’에 대한 공격만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 전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결이 다르다.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과 대검찰청 감찰 과정에서 일부 개인적 비위가 확인됐다. 정부여당이 김 전 수사관에 대해 “자신의 비위 행위를 감추기 위해 부정확한 폭로를 하는 것”이라고 대응하는 배경이다.

반면 신 전 사무관은 비위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폭로 내용도 국채 발행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제기에 가깝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왔다”는 발언이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내부고발은 고발 동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을 고려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을 받기 충분하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류를 감지한 듯 김 전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 사이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청와대 적자 국채 발행 압력 의혹’에 대해 “자기가 경험한,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정책의 최종 결정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런 과정에 대한 구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소신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수사관에 대해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이미 수사대상이 되고 있어서 가려지리라고 본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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