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혁신'을 외쳤지만, 최근 보여지는 행보를 두고 '혁신'을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혁신을 역행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혁신 역행’ 비판에 직면했다. 현행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계파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인사까지 영입하면서다. 여기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극우세력 주장을 대변하는 인사까지 추천하면서 한국당이 혁신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현행 당 지도부 지도체제인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한 지도체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체제로 간다”고 말했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의원 다수가 현행 지도체제를 유지하자고 해서 현행 지도체제로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동안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논의한 지도체제 변경은 도루묵이 됐다.

한국당은 오는 1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체적인 후보 컷오프 방식과 세부 규칙 등에 대해 논의해 결정한다.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은 박관용 상임고문이, 부위원장은 김석기 의원이 맡았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은 당연직인 김용태 사무총장이 맡게 된다.

한국당은 14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인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에 대해 '극우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사진은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5·18희생자-부상자 어머니들이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은 14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인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에 대해 '극우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사진은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5·18희생자-부상자 어머니들이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 인적쇄신 무색

최근 한국당은 인적쇄신 차원에서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을 가졌다. 지난 10~12일 15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개 오디션 결과, 30~40대 정치신인들이 전·현직 국회의원을 꺾는 이변도 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을 당협위원장 경쟁에서 현역인 김순례 의원은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에게 패했다. 서울 용산 당협위원장 경쟁에서도 영등포을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주한중국대사가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에게 패했다.

이 같은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 결과를 두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한국당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이번의 오디션이 보여주듯 젊은 정당으로, 대안야당으로, 수권정당으로, 스마트하고 투쟁력 있는 정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계파정치, 보스정치 등의 선입견을 잠시 뒤로 하고 경제비전으로서의 <i노믹스>와 평화로의 길을 제시한 <평화 이니셔티브> 등과 함께 봐달라.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계속 진행되고, 또 우리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말한 계파정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으로 다소 퇴색된 모양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이른바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황 전 총리가 당권 도전을 선언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계파간 표 결집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한국당은 14일 극우논란이 불거진 인사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전했다. 한국당이 추천한 위원은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선전 대표, 차기환 변호사 등이다.

이 가운데 이동욱 대표는 지난 1996년 검찰이 발표한 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해 ‘과장 보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차기환 변호사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하게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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