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헌정 사상 첫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또 다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첫 소환 이후 사흘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조사 다음날에도 조서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검찰을 찾기도 했다. 그만큼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팽팽한 법리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가장 주된 혐의는 직권남용죄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이후 직권남용은 권력형 범죄의 ‘단골 혐의’가 됐다. 물론 모두 유죄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 입자에서 ‘해볼 만한 싸움’이기도 한 이유다.
  
◇ 양승태도 마주한 ‘직권남용죄’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공무원에게)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시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대부분 혐의가 인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뇌물수수죄를 적용받았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법률 해석을 너무 좁게 했다는 것.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직무 또는 지시가 공무원의 권한 내 있을 경우 직권남용죄에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있지만,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판결인 것도 사실이다.

반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사건 1심에서 청탁 자체는 인정됐지만, ‘요구를 따르지 않을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행위와 관련해서도 직무와의 관련 없음을 주장하거나, 증거불충분 모두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부 혐의와 관련해 증거가 확보됐다는 입장이지만, 임종헌(구속) 전 행정처 차장의 협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1일에 이어 14일 오전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1일에 이어 14일 오전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뉴시스

◇ 검찰, 임종헌 협조 없이 혐의 입증할까?

검찰은 각종 재판 개입 의혹 및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에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행정처 심의관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실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이 주범이자 최소 공범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발부된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45차례나 공무해 심의관 등에게 직권을 남용했다고 적시돼있다. 법원은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모 관계나 공모 여부 자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사유다. 검찰이 임종헌 전 차장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임 전 차장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에 앞서 대법원에서 입장발표를 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 조사에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입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이 간접증거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들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4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이날 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수집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