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청와대와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당의 결정과 상충되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전조증상을 시작으로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 역시 역대 정부처럼 ‘3년 차 징크스’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당에 문제제기를 한 것은 박영선·송영길 의원이다. 모두 4선의 중진인데다 과거 ‘비문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다. 두 의원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여당 내부 갈등,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박 의원은 15일 자신의 SNS에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역사적으로 순혈주의는 개방과 포용에 무릎을 꿇었다. 로마가 천년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적었다. 지난 13일 당이 무소속 두 의원의 입당 신청을 거부하자 ‘로마’의 사례를 들어 당내 ‘순혈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전직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우상호 의원도 전날(14일)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130석 미만의 의석수로 개혁입법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도 우려스럽다.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 개별인사에게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정의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의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

송 의원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철학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탈원전 정책에 동의한다”면서도 “화력발전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공론화를 거쳤기 때문에 추가 논의는 필요 없다”는 청와대의 반박에도 재반박했다. 송 의원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국무총리 훈령을 살펴보면 신고리 5, 6호기 문제에 한정·집중된 위원회이지 신한울 3, 4호기 문제가 공식의제로 되는 조항이 없다. 실제 집중논의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고리 5, 6호기 이외의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의 결정사항에 대한 박·우 의원의 비판에 이어 송 의원의 주장 역시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당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전환 산업육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도 “송 의원의 개인적 의견”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 노무현·이명박·박근혜도 3년 차에 ‘레임덕’

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잇단 ‘파열음’이 나자 ‘3년 차 징크스’ 우려도 나왔다. 역대 대통령 모두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인 3년 차에 여당 내부 갈등, 당청 갈등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레임덕’을 맞았던 것을 말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3년 차인 2005년 일부 여당 의원들의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승부수’로 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여야 모두 등을 돌리며 심각한 ‘레임덕’을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연설문 원고에 직접 “현행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3년 차의 저주라고 해야 할 형편”이라고 적기도 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2010년에 여당 내 심한 갈등을 겪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충돌하면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를 기록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세종시 수정안 반대토론에 직접 나서 부결을 이끌어 냈다. 차기 대권주자가 힘을 얻게 되자 이 전 대통령은 빠르게 권력누수 현상을 맞게 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집권 3년 차에 당청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국회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사실상 유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결국 유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를 계기로 당내 비박계와 청와대의 갈등은 확산됐다.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신년을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모두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목표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창출”을 내걸었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경제에 집중해 징크스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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