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태원 SK회장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옆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회장 등이 자리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태원 SK회장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옆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등이 자리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대대적으로 청와대에 초청했다.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정부차원에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10여 명의 기업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에서 호프미팅을 한 적은 있었지만, 대규모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여건 개선을 위한 적극적 행보이자, 최근 이어져온 대국민 소통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참석자는 자산순위 25위 이내 대기업 대표 22명,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대표 39명, 전국상의 회장단 67명으로 모두 130여 명에 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등 국민들에게 친숙한 재벌총수들이 총출동했다.

◇ 취임 후 첫 기업인들과 대대적 미팅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은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사회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맡았다. “정부 주도가 아닌 박 회장이 하도록 함으로써 참석하는 분들의 의견과 건의사항, 때로는 개선사항에 대해 아주 가감없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오늘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꼭 해결하시길 기대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해주시라”고 안내했다.

토론에 앞서 모두 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여러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기업의 경쟁력도, 좋은 일자리도 모두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많이 들려달라”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가끔 불편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문 대통령은 제가 만나 본 그 어느 정상 보다 경청을 잘해주시는 분”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또한 전격적인 ‘상의탈의’ 토론회를 제안했으며, 문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대다수가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

◇ 이재용 등 주요 기업인들과 청와대 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산책 중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산책 중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첫 질의에 나선 기업인은 황창규 KT 회장이었다. 황 회장은 3월말 5G출범에 맞춰 정부와 기업의 상생협의체 구축과 함께 개인정보 보안 관련 규제완화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지지부진한 정부의 규제개혁을 지적한 뒤, 공무원이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동 폐기하는 역발상 방식을 제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일부 영역에 대해 시도를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최태원 SK회장은 “혁신성장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혁신성장의) 기본 철학적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최 회장은 “혁신성장의 또다른 대상이 하나 있다. 사회적 경제”라며 “고용창출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당한 포텐셜이 있는 곳”이라며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최 회장의 제안에 상당한 공감을 표했으며,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의 관련법 처리에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시간관계상 현장에서 이뤄지지 못한 질의는 서면을 통해 관계부처에서 답변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각 기업들로부터 사전에 질의내용을 받아 취합했다. 청와대는 책임감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질의와 답변 내용을 자료집으로 엮어 차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토론회를 마친 문 대통령은 4대 기업 총수를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과 청와대 경내를 함께 걸었다. 미세먼지가 변수였으나 오후가 되면서 다행히 대기상태가 나아졌다. 함께 산책하는 와중에 문 대통령은 반도체 경기불황을 걱정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다소 편한 자리에서 진행된 담화였던 만큼 더욱 진솔한 대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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