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습기살균제 기업’ 압수수색… 수사 재개

검찰이 15일 오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애경산업·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나리 기자
검찰이 15일 오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애경산업·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석연찮은 이유로 기본적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던 일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이 결국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15일 오전 검찰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애경산업·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검찰 재수사는 2011년 사건이 알려진 지 8년 만에, 2012년 가해 기업들을 상대로 처음 고발장이 접수된 지 7년만이다. 검찰은 이달 초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 압수수색 진행한 검찰... “수사 초기 단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 살균제 피해자들은 2012년 SK케미칼 등을 처음으로 고발한 바 있다. 이후 2014년 2차 고발, 2015년 3차 고발, 2016년 4차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이에 이번 재수사가 사실상 SK케미칼에 대한 본격적인 첫 수사가 될 것으로 피해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지난해 11월 27일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해당 기업들의 대표이사 등 총 14명을 고발했다. 가습기넷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증거자료를 모아 검찰 측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번 고발과 관련, 지난 4일 피해자 가족 및 대리인(김기태·박종언 변호사)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들 기업은 과거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시험에서 유해성이 입증됐던 옥시 제품의 원료(PHMG/PGH)와 다른 원료의 가습기살균제(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했다는 이유로 수사망에서 빠져나갔다.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의 원재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공급한 업체다.

고발인 측은 해당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역시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 중에도 폐섬유화를 앓고 있는 피해자들은 공식 피해자로 인정해왔다. 이에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중 어떤 피해자는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고, 어떤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검찰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CMIT/MIT 성분에 대한 인체 유해성을 연구한 자료를 제출했던 환경부는 조만간 다시 관련 자료를 정리, 검찰에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27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27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공소시효 다툼 치열할 듯

문제의 원료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별개로 기업들과 피해자들 간의 공소시효 다툼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사건 고발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피해자들은 2015년에도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공소시효 만료를 2022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개별 피해자별로 공소시효를 판단할 경우 피해자의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가해 기업들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한 송기호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되는 것은 다툼이 없다”면서 “다만 그 전에 사망했거나 피해를 본 분들의 시효 문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등이 늦어진 점들을 감안해 공소시효가 도과한 피해자들 역시 마지막 피해자의 시효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담겨 있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7일부터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7%는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재대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의 가장 큰 책임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57.8%가 ‘기업’을 지목했으며, 정부(40.5%)와 소비자(1.6%)가 뒤따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세월호 사건과 함께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조사도 받고 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과정과 피해 규모 파악, 정부와 기업의 안전성 검토 여부, 피해 구제의 적절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특조위의 직권조사 발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2일 성명을 내고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독성나노물질을 제조·판매한 기업들과 이를 방치한 정부 및 관계자 등도 처벌해야 한다”면서 “특히 CMIT/MIT 성분을 제조·판매한 SK케미칼이 어떻게 8~9년의 시간동안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16일까지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6,210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359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신현우 전 옥세레킷벤키저(현 RP코리아)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6년형을 확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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