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최태원 SK회장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최태원 SK회장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생각하는 경제여건 개선의 방향이 공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수출 강화와 상생을 이야기 했고, 최태원 SK회장은 혁신의 전제조건 확보와 함께 정부의 사회적 기업 지원을 촉구했다.

먼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란 미국의 안보 침해가 인정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및 수입물량 제한 등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다. 지난해 미국은 동법을 근거로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를 취했고, 한국은 당초 부과대상에 포함돼 있다가 호주, 브라질과 함께 막판에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는 아직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은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와 외교부, 그리고 현대자동차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바,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에 대한 민원이나 요청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경영방향에 대한 다짐 성격이 컸다. 이 부회장은 “국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라며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하여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면서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어떠한 답변을 했는지는 공개되지는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토론회를 마치고 진행된 청와대 경내 산책에서 반도체 시장 불황에 대해 우려하며 현 상황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인식과 판단을 청취했다.

최태원 SK회장은 혁신성장에 앞서 전제조건으로 ‘실패에 대한 용납’ ‘저렴한 혁신 비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서 사회적 기업 육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공동체 복원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서 그것을 통해서 나온 돈에 대한 과실을 분배한다는 원칙 말고, 바로 국민들에게 다이렉트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가 힘을 합해서 이쪽 부분에 힘을 쏟는다고 생각하면 혁신성장에 또 다른 부분이 사회적경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면서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그 결과로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그런 부분에 대해 과기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며 최 회장의 제안을 크게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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