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 뉴시스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산책 일정에 5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인 신동빈 회장이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문재인 정부의 계속되는 ‘산책의 정치학’

청와대는 전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이 함께 산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넘어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됐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 8명은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쥐고 25분가량 경내를 거닐었다.

산책은 문재인 정부가 ‘애용’하고 있는 소통 방법 중 하나다. 딱딱한 집무실이나 회의실이 아닌 야외를 거니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며 이전 정부와 달라졌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보냈다. ‘산책 정치학’은 취임 첫 날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1일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며 취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도보다리 산책’은 전 세계에 달라진 한반도 정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산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문 대통령 뿐 만이 아니다. 산책 파트너에도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문 대통령과 걸음걸이를 맞추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건 보통 국가 정상급이거나 최측근 인물, 적어도 이번 정부와 ‘괜찮은 관계’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다수가 동행하는 자리에서 주요 인물이 배제됐다면 외부에서는 이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만약 초청받지 못할 만한 충분한 사유를 가진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로 ‘패씽’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산책 자리 못 낀 신동빈… 상의 “4대 그룹까지가 일반적”

이번 행사의 경우 롯데 신동빈 회장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국내를 대표하는 5대 기업 총수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간담회의 백미인 산책 행사에 끼지 못했다. 대기업 총수 자격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만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직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아직 대법원 판결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128명이 초청된 이번 간담회에 일부 기업 총수들이 갑질과 일감몰아주기 이슈로 인해 배제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그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삼성과 롯데를 대하는 정부의 생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 켠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4대 그룹을 ‘커트라인’으로 삼았을 뿐, 신동빈 회장 개인과는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행사 참석 명단을 작성한 대한상의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행사가 열릴 경우 4대 그룹까지 초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통령 신년회 때도 그랬다. 5대 그룹까지 부르면 10대, 30대 그룹도 포함해야 한다”면서 “강호갑 회장은 중견기업 전체를 대표해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각각 미래산업인 제약과 IT를 대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 사업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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