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계 입문으로 자유한국당 내 정치 구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친박계와 친이계를 제치고 친황계(친 황교안계) 세력 형성이 시작된 분위기다.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으로 당내 계파구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친박계와 친이계를 제치고 친황계(친 황교안계) 세력 형성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 계파구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됐지만,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입당하면서 계파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친황계(친 황교안계) 탄생이 예고되면서 ‘비황계’(비 황교안계)도 힘을 받고 있다.

한국당에 갓 입당한 황 전 총리가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 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황 전 총리와 한솥밥을 먹었던 의원들이 나서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에 기존 친박계(친 박근혜계)로 분류된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발빠르게 ‘친황계’ 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식을 가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어떤 방식으로 황 전 총리를 지원할 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 전 총리 입당 이후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황 전 총리와 인연이 있던 박완수·추경호 의원 등을 비롯해 민경욱·엄용수·김기선·박대출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16일,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내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 멤버들이 모여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고, 친황 모임이라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해명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친황 모임’으로 불리는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은 황 전 총리와 인연이 있거나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 ‘친황계’ 반발 세력도 등장

한국당에는 황 전 총리의 입당을 반기지 않는 인사들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람은 오는 2·27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차기 당권 주자들이다.

보수진영 차기 대선주자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가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들에게는 최대 적수가 된다. 이에 일부 당권 주자들은 일찌감치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1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직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출마 결정을 안했다고 하니 거기다 뭐라고 하겠느냐”면서도 “싸움이 붙었을 때는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후 견제에 나설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김진태 의원도 16일,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를 경계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환영하고 우리 당의 큰 자산임에는 틀림없지만 검증은 해야한다”며 “어제 입당하고 오늘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을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별개로 새로운 계파 형성으로 당내 계파구도가 바뀌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계파 갈등이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새해 첫 연찬회 모두발언에서 ‘친황계’ 구도 형성을 경계했다.

그는 “오늘 아침 들어오는데 '친황'(친 황교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더라. 친박·친이를 넘어섰더니 이제 친황을 들고나온다”며 “의원님들 전당대회를 하면 캠프에 못 들어가는 거 잘 아시지 않냐. 새로운 미래로 가기 위해 계파 이야기가 안 나오게, 새 계파가 아니라 의원님들 각자 존중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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