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 상장에 성공한 자이글이 주력인 그릴의 인기가 줄면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G-FAIR KOREA'에서 자이글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적외선으로 고기 굽는 모습을 직원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지난 2016년 9월 상장에 성공한 자이글이 주력인 그릴의 인기가 줄면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G-FAIR KOREA'에서 자이글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적외선으로 고기 굽는 모습을 직원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자이글은 주부들에게 적외선 그릴 신드롬을 일으켜 성공 신화를 불러일으켰지만, 최근 한 풀 꺾인 모양새다. 홈쇼핑 대박에 힘입어 코스닥의 문턱을 넘는데 성공했지만, 주방 생활가전 트렌드가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넘어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 직면했다. 헬스뷰티케어와 외식 프랜차이즈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 상장 후 실적 내리막 길

무리한 상장이 ‘독’이 돼 돌아온 걸까. 지난 2016년 9월 상장 뒤 실적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 이듬해 연매출이 1,000억원 아래로 꺾이더니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43억원의 누적 영업적자가 쌓였다. 누적된 당기순손실도 25억원에 이른다. 2013년 관련 공시가 이뤄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 진입을 노릴 당시 침체된 공모시장으로 인해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나왔음에도, 자이글은 공모가를 목표보다 절반 가량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상장을 발판삼아 제2의 도약에 나서기 마련이지만, 자본시장에 진입한 자이글은 되레 사세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형국이다. 홈쇼핑 완판 행렬을 이어가던 그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매출 1,000억’ 신화가 3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자이글의 아성이 흔들리게 된 데는 주방 가전 트렌드가 변화된 데 있다. 자이글 이진희 사장이 개발한 적외선 조리기 외에도 냄새와 기름 걱정을 덜어주는 신개념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자이글 그릴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저렴한 가격의 ‘에어프라이어’는 일반 가정에서 뿐 아니라 자취생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헨즈의 일명 ‘통돌이 오븐’은 출시 반년 만에 7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자이글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 등 경쟁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자사의 것과 유사한 저가 그릴 제품이 나오면서 판매가 주춤하게 됐다”면서 “여기에 내수 경기 불황과 신제품 출시 일정이 맞지 않은 것도 실적이 악화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 사업다각화 ‘잰걸음’

주력인 그릴의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자이글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목베개(넥시블)에 한정됐던 ‘헬스케어’ 부문을 ‘뷰티헬스케어’로 확장해 주방생활가전에 쏠려있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최근 내놓은 것이 산소마스크다. 산소케어 브랜드 ‘ZWC’로 상장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산소마스크가 적외선 그릴을 잇는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 꼽힌다. 일시불 기준 ZWE의 가격은 약 180만원으로 경쟁 제품인 LED마스크 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비싼 편이다. 렌탈로 소유권을 이전 받으려면 매달 3만9,900원을 4년간 꼬박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첫 방송을 탄 홈쇼핑에서 목표치에 모자란 판매고를 달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자이글 관계자는 “자사 제품은 마스크와 함께 산소를 생산하는 본체와 함께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고가다)”이라면서 “LED마스크처럼 피부미용 목적 뿐 아니라,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 영역인 프랜차이즈의 성장도 더딘 편이다. 지난해 초부터 자이글은 ‘자이글 그릴&펍’(구이‧맥주 전문)을 통해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점포는 직영점 한 곳 뿐이다. 이마저도 최근 이름을 ‘자이글 그릴’(구이 전문)로 바꾸는 등 사업 방향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 사업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점포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