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의 모습. 재판 청탁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파견 판사'들은 법사위에 파견된 판사 출신 전문위원을 일컫는다. / 뉴시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의 모습. 재판 청탁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파견 판사'들은 법사위에 파견된 판사 출신 전문위원을 일컫는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통해 ‘재판 청탁’을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현직 판사의 국회 파견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이 같은 국회의 요청에 따라 올해부터 부장판사 출신 전문위원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판사 출신인 자문관·전문위원 2명이 근무한다. 대법원 파견 발령 형식인 자문관은 통상 2년 정도 근무하고 법원으로 복귀하지만, 전문위원은 퇴직 뒤 국회에 임용되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입법부의 법안 심사 과정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물밑에서 국회의원 또는 보좌진과 접촉하며 입법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입법 로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역으로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도 적지 않게 이뤄져 온 것이다. 특히 전문위원은 사법부가 내정하고 근무 뒤엔 재임용 형식으로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편법 파견’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판사 출신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서기호 변호사는 1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법사위에 4년간 있으면서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나 또는 분위기 상으로 볼 때 이런 일들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국회 법사위원들이 검찰·법원을 상대로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가깝게 지낸다. 특히 파견 판사를 통해 충분히 청탁이 전달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예를 들면 동료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선거법 위반 사건이 있을 경우에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부탁을 해서 그 법사위원이 술자리나 이런 자리에서 (파견 판사에게) 잘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했다.

◇ 대법원, 부장판사 파견 중단키로

현재 법사위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강병훈 전문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소속 권혁준 자문관(판사)이 근무 중이다. 강 전문위원은 내달 20일께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입법부의 법률 검토를 사법기관에서 하는 것이 원칙에 어긋난다는 방침을 세워 ‘전문위원 공모제도’를 주장해왔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후보를 공모하더라도 사법부가 내정한 부장판사를 그대로 선발해오던 관례를 깨겠다는 취지였다. 이번에도 강 전문위원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 말 공모를 시행했지만, 사법부가 다시 부장판사를 내정하자 이를 거부하고 국회 내부 승진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전날(16일) 국회를 방문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부장판사의 전문위원 공모 신청을 철회해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국회의 방침과 관계없이 기존 관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재판 청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올해부터 대법원은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부장판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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