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라졌던 '계파갈등'이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다시 부활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1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한국당 지도부. / 뉴시스
한국당 '계파갈등'이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다시 부활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1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한국당 지도부.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계파갈등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한국당 계파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하지만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다시금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그동안 계파청산을 위해 애써 왔지만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는 출범 초기부터 계파갈등 종식을 목표로 내세웠다. 한국당이 계파갈등으로 인해 분당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연이어 참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당은 계파갈등 종식을 위해 인적쇄신에 집중했다. 비대위는 계파갈등 방지 차원에서 ‘I-폴리틱스’라는 새로운 정치구상을 제안했다. I-폴리틱스는 ‘계파 중심·보스 중심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의원 개개인의 자율적 활동이 보장되는 정치제도다.

이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의원 개인이 갖고 있는 정책·정보·혁신·정치 역량을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원들이 계파나 보스 중심으로 뭉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막기 위해서다.

◇ ‘계파갈등’ 차단 노력 한계

하지만 이 같은 비대위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기존에 없던 ‘친황계’(친 황교안계)라는 계파가 생겨나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 지도부는 계파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7일 한국당 혁신모임인 ‘통합과 전진’ 회의에 참석한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주변에서 계파갈등을 부추기고 있지만, 우리 의원들이 먼저 줄을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7일, 중소기업 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계파에 의존하는 정치는 조금 쉽게 뭉쳐 있는 표심, 뭉터기 표를 거둬 (승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으며 우회적으로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 의원도 전날(1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로 친박 색채를 가진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계파 대립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전 총리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이 같은 계파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새 지도부를 위해 '정치생명'을 건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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