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점유율 지키기에 돌입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는 IPTV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TV가 점유율 지키기에 돌입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는 IPTV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케이블 산업이 가치 제고에 나섰다.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줄어드는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IPTV에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케이블TV는 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One) 케이블’ 전략을 내세웠다.
케이블TV는 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One) 케이블’ 전략을 내세웠다.

◇ ‘원(One) 케이블’로 위기 타개한다는 업계

케이블 업계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16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에 클라우드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AI스피커 사업자와의 제휴에도 나설 계획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만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비스 개선도 꾸준히 진행하는 상황이다. 저사양 셋톱박스(STB)에서도 UI 반응속도를 높이고, 데이터 로딩과 화면전환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제기한 불편사항을 없애기 위해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유료방송서비스 시범평가’ 결과에 따르면 케이블TV 업계(MSO 5개사)의 이용자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4점으로 집계됐다. IPTV업계가 받은 점수(56.5점) 대비 낮게 책정됐다. 이용자 만족도는 △서비스 종료 △채널변경 속도 △음성 반응속도 △서비스 이용 시 속도 △인터넷 검색 속도 등의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다. 케이블TV가 서비스 개선에 나서는 까닭이다. 

아울러 케이블TV는 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프라 고도화 △통합 플랫폼 환경 제공 △고객·지역 가치 제고 등을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원(One) 케이블’ 전략이다. 전국 케이블 인프라 통합 및 플랫폼 공동 활용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공동 백본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케이블을 기반으로 방송과 인터넷 체계를 개선한다. 이를 통해 업계는 회선 임대와 운용·접속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절감한 비용은 추후 이용자 편익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공동 플랫폼 구축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만명 증가한 3,195만6,419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1,409만명에서 1,398만명으로 감소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만명 증가한 3,195만6,419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1,409만명에서 1,398만명으로 감소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 성공은 ‘미지수’… 공격적인 IPTV 이길 수 있을까

업계의 행보는 유료방송시장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케이블TV의 점유율은 43.76%다. 여전히 절반 가까이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영향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조사한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만명 증가한 3,195만6,419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1,409만명에서 1,398만명으로 감소했다. 점유율 역시 44.92%에서 43.76%로 감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케이블TV 점유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2008년 케이블TV의 시장점유율은 86% 수준이었으나 IPTV 등장 이후 가입자가 지속 감소하며 최근 2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IPTV(통신3사)에 가입자를 뺏긴 결과로 보인다. IPTV가 성장하는 만큼 케이블TV의 점유율이 감소해서다. IPTV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46.05%다.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케이블TV의 감소폭(1.16%)과 유사하다. 케이블TV 가입자가 IPTV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격차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IPTV와 케이블TV의 가입자 수 격차는 12만명(2017년)에서 107만6,000명(2018년)으로 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케이블TV가 경쟁력 제고 타이밍을 놓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를 넘어선 것은 2017년이다. IPTV 업계가 유료방송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 이후 2년 가까이 지났다.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통신3사는 유료방송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을 통해 규모 키우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실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케이블TV와의 인수합병은 유료방송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특정 업체에 제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까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KT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케이블TV는 기회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성 강화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일본의 케이블TV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 총무성이 2017년 발표한 유료방송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케이블TV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0.4%(2,807만가구)다. IPTV(11.3%)의 6배 수준이다. 이들은 지역 정보 콘텐츠를 강화하는 지역성 강화 전략으로 유료방송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준우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본부장 역시 “케이블TV는 지역성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 매체”라며 “지역 기반 확보, 지역성 강화 등을 통해 케이블TV의 가치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