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산재, 재난,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김용균 씨 사건의 진상규명위원회 촉구와 원청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산재, 재난,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김용균 씨 사건의 진상규명위원회 촉구와 원청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형식적인 조사, 미봉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은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경험해왔습니다. 대통령님은 후보 시절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싶습니다.”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 안전사고 및 업무재해를 당한 비정규 노동자 유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족들은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특별안전보건감독 결과와 관련, 원청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 “사법 책임자가 하청 본부장? 경악”

이날 기자회견은 ▲416 참사 가족협의회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 ▲원진산업재해자협회 ▲고교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김동준·이문수 유가족·홍수연 유가족 ▲삼성전자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이한빛 tvN PD 유가족 ▲집배노동자 고 곽현구 유가족 ▲에스티유니타스 과로자살 고 장민순 유가족 ▲태안화력 한전산업개발 산업재해 피해자 김범락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유가족 등이 공동주최했다.

유족들은 더 이상 인재사고나 일을 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법처리 대상으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아닌 태안발전소 본부장을 지목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12월 유가족의 절절했던 모습을 잊지 않았다면 진짜 책임자인 김병숙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태안화력 본부장 등 책임자 등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렸다. 고용노동부는 또 발전 5사 본사와 태안발전소와 작업설비가 유사한 12개 석탄발전소에서 1,094건의 관련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서부발전의 18개 협력업체들도 1,029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돼 6억6,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와 현장노동자가 참여하는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면서 “사고가 발생한 태안발전소에 대해 2월 말까지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벌여 기술적인 문제점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균 씨 진상규명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 /뉴시스
김용균 씨 진상규명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 /뉴시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반쪽짜리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라도 통과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고, 고용노동부의 발표 역시 같은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만 낳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철저한 원인 조사를 위해 유족 측의 참여를 보장하고 원청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약속한 안전한 일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권한 있고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과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대책과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사무처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삼성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유경근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직접 시민사회수석실에 서신을 전달했다”면서 “재난과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고 김용균 씨 유족과 연대할 방침이다. 서신 전달을 통해 유족의 요구에 대통령이 직접 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