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직접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만큼 인지 능력에 이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직접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만큼 인지 능력에 이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8개월 가까이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6년째 알츠하이머를 투병하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정상적인 진술을 할 수 없다”는 게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설명이었다. “2~3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덧붙여졌다.

문제는 신빙성이다. 알츠하이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뒷말이 많았다. 여기에 한겨레에서 17일 보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은 의혹을 키웠다. 골프 스코어를 직접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만큼 인지 능력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한겨레는 강원도 홍천 모 골프장에서 근무한 캐디들의 말을 인용해 “골프를 치면서 본인 스코어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전했다.

캐디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해당 골프장에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보통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골프장 직원들도 캐디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며 “우리 골프장은 전두환의 단골 업장”이라고 말한다는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장 직원들로부터 ‘각하’ 대우를 받으며 “뒷짐 지고 기세등등하게 다닌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파5홀 같은 곳도 카트 놓고 걸어 다닐 만큼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아주 활기차다”는 게 캐디들의 주장이다.

한 캐디는 골프장 직원으로부터 “지난해 8~9월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이 골프를 치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거리가 많이 나가냐고 물어봤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손목 운동부터 전신 운동을 2시간 한다고 얘기했다”는 내용을 전해들은 사실과 함께 “제 아버지가 올해 환갑이신데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지 능력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얘기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골프장 논란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알츠하이머라는 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집에 누워있는 병은 아니”라는 것. 민정기 전 비서관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일상생활과 신체활동은 정상적”이라면서 “골프 점수 계산은 치매가 있어도 간단히 할 수 있다. 법정 출석과 골프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방금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골프 스코어 암산이 가능한 것일까. 그는 “알츠하이머에 따른 사고 능력 저하로 올바른 증언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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