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되 법원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계획이다. /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되 법원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계획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40개가 넘는 혐의가 적용된 데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영장 분량(260쪽)이 상당해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이란 얘기가 많다. 치열한 공방도 예고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심문에 참석할 의사를 밝히며 방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영장심사를 맡게 될 담당 판사는 21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가 유력하다. 두 사람은 영장 업무에 뒤늦게 투입돼 기존 영장전담 판사들과 달리 사법농단 연루 의혹에서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를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선 모욕감이 클 수밖에 없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20기 이상 낮은 후배 법관에게 구속 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른바 ‘4무(無)’ 전략으로 혐의를 부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언론 앞에서는 말을 아낄 생각이다. 그의 변론을 맡고 있는 최정숙 변호사는 “법원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혐의를 증명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 핵심 혐의로 꼽히는 강제징용 재판 개입 의혹의 경우 당시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 확정 시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부분과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나 소송 절차를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증거가 발견됐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접 브이(V)를 표시하며 특정 판사에 대한 불이익을 승인한 것이다. 앞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등장한다. 그의 구속 여부를 앞두고 검찰과 법원 모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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