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 등이 배석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SNS담당국장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 등이 배석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SNS담당국장 트위터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로 개최된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급 회담에 대해 “훌륭한 만남”이라고 평가한 뒤 “2월 말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예상보다 다소 미흡한 결과에 실망도 적지 않다. 당초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2차 북미회담의 정확한 개최 날짜와 장소, 일부 의제까지 공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2월말 개최’라는 두루뭉술한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들은 북미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위급 회담 과정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장면들이 연출되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양측이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확고히 다질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례적 장면은 김 부위원장이 미국 국적기 유나이티드 항공사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측이 이번 고위급 회담을 위해 제재대상자인 김 부위원장에 대해 일시 면제조치를 취한 것으로, 비핵화 협상 진척에 따라 북한에 제재를 일부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김 부위원장이 뉴욕이 아닌 워싱턴D.C로 직행했다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고위급 회담은 유엔 북한 대표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에서 이뤄졌었다. 적대국가의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는 만큼, 부담이 컸기에 선택한 일종의 ‘중립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필요한 형식을 걷어내고 워싱턴D.C에서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 면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양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는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웨덴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에 우리 측이 합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리 측은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했었다. 북한 측은 “기본적으로 북미 간 문제”라며 협상장에 우리 당국자들이 자리하는 것을 막았고, 미국 측도 달가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고 한다. 협상장 밖에서 이른바 ‘벽치기’를 하며 기다렸다가 결과를 듣던 서글픈 시절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장면이다. 

정부 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번 실무협상이 남북미 3자가 함께 참여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웨덴에 도착해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미 협상의 중재자로서 우리가 인정을 받았다는 상징성이 있고, 동시에 북미 양측 모두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미국도 우리를 필요로 하게 됐고, 특히 북한이 남한이 중간에서 중재를 해줘야만 결론이 나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북미 정상이 만나는 데 문재인 대통령이 길잡이 역할 내지는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일이 잘됐다는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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