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키움증권 대표는 키움 히어로즈 창단식을 통해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이현 키움증권 대표는 키움 히어로즈 창단식을 통해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과 히어로즈는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지난 15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 창단식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키움증권은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하 히어로즈)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야구 마케팅의 돛을 올렸다. 키움증권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현실화하게 될지 주목된다.

◇ ‘양날의 검’ 히어로즈와 손잡다

키움증권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며 퇴출 요구에 직면했다. 전 구단주 등 경영진이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뒷돈 트레이드와 선수 성폭행 혐의가 뒤를 이었다. 넥센타이어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히어로즈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행보는 예상을 벗어났다. 넥센타이어가 대승적 차원에서 재계약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야구계에선 히어로즈가 이미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구했다는 설이 돌았고, 이는 사실이었다. 그 주인공은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향후 5년간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연간 100억원씩 총 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증권이 많은 논란과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의 손을 잡은 것은 그 이상의 마케팅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고, 한 경기가 3시간 안팎에 달한다. 브랜드 노출 효과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 여겨진다. 이러한 효과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인 키움증권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또한 히어로즈는 부정적인 이미지 이면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도 지니고 있다. 전 경영진과 일부 선수가 논란을 일으켰지만, 서건창·박병호·이정후 등 국가대표 스타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이름처럼 젊은 선수를 잘 키우기로 정평이 난 구단인 만큼,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먼저, 히어로즈로 인한 부담이다. 히어로즈는 구단 경영상의 여러 난맥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더욱 빈축을 샀다. 키움증권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이후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이사회 의장(사외이사)로 영입하며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히어로즈가 또 다시 경영상 난맥상을 드러내거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일 경우 키움증권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자칫 자금줄 역할을 하며 마케팅 효과만 누리고, 건강한 야구 발전은 등한시한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야구 인기의 상승세가 꺾인 것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프로야구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꾸준히 이어지던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다. 살인적인 무더위와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 일정에 의한 영향도 있었으나, 히어로즈가 일으킨 여러 논란 및 국가대표 병역 특혜 논란 등으로 팬들의 마음이 떠난 측면도 분명 있었다.

야구계 관계자는 “넥센타이어가 9년간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하며 많은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도 작지 않다”며 “키움 히어로즈의 5년이 윈-윈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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