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가 취임 초부터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로 롯데마트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항간에선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롯데마트는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실적 개선 등 여러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진 문 대표 입장에선 마음이 무거울 전망이다.  

◇ 공정위 제재 가능성에 발칵    

문 대표는 지난해 연말 그룹 정기 인사에서 롯데마트 대표로 선임돼 올 초 공식 취임했다. 문 대표가 롯데마트로 돌아온 것은 2년만이다. 문 대표는 롯데마트 판매·상품부문장, 인도네시아법인장, 동남아·중국본부장, 전략지원·상품·고객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동했다. 이후 2018년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롯데마트로 돌아왔다. 

10년간 몸 담았던 조직의 수장으로 돌아온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롯데마트는 사드 악재로 중국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수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다. 2017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2,686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중국 시장 철수가 완료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끊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170억원 수준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문 대표를 구원투수로 발탁했다. 그는 실적 개선과 영업망 정비,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그런데 조직 전열을 정비하기도 바쁠 때, 악재가 터졌다. 공정위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전가한 혐의로 롯데마트에 대한 제재절차를 착수해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사무처는 지난해 말 롯데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성격으로 위법 행위 사실이 담긴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산정되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의 물류비인 이른바 ‘후행물류비’를 5년간 300여개의 납품업체에 떠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통상 유통업계에서 물류비는 ‘선행 물류비’와 ‘후행 물류비’로 나눠진다. 선행물류비는 납품업체가 유통업체 물류센터까지 배송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다. 납품업체가 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후행물류비다. 후행물류비는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물품이 나가면서 발생하는 물류비다. 유통업체들은 자사 물류센터에 납품업체 물류가 입고되면, 이를 각 지점에 배송한다. 롯데마트는 일종의 물류센터 이용과 배송 대행 수수료 대가로 이 비용을 일정하게 부과해왔다. 

◇ 납품업체에 갑질? 롯데마트 “물류비 비용 부과 정당”

그런데 공정위는 이같은 비용 부과가 부당하다고 봤다. 특히 ‘보관물류’에 대한 부분까지 물류비를 부과하는 것에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려진다. 보관물류는 물류센터에서 일정기간 보관을 하다 매장으로 보내지는 물류다. 물류센터를 거쳐서 바로 매장으로 나가는 통관형(TC) 물류와는 개념이 다르다. 공정위는 보관물류비까지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전가라고 보고 있다. 이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관련 물류비를 부과한 내역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과징금이 4,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며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후행물류비를 부과하는 것은 업계에 관행처럼 존재해왔던 일이다. 물류센터 이용과 배송 대행에 대한 수수료 성격이었다. 

다만 납품업체들 사이에선 이를 둘러싸고 적잖은 불만이 누적돼왔다는 후문이다. 비용 부과 기준을 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업체별로 부과하는 형태는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의 경우, 납품업체별로 계약을 맺고 납품 원가 일부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부과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이 항목을 없애고 원가에 녹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유통사는 보관물류에 대한 부과 항목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정상적 물류 대행 수수료를 받은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모든 유통사들이 수수료 개념으로 관련 물류비를 받아오고 있다”며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닌데, 제재절차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들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납품원가에 녹여서 회계에 반영하느냐, 수수료를 따로 받느냐의 차이일 뿐, 모든 대형 유통사가 여전히 관련 비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 우려에 롯데마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롯데마트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실적 악화로 회사 사정이 안 좋은 상황을 감안하면 치명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해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표의 어깨도 무겁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악재가 그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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