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들과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KT&G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폐기물 은폐 의혹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에코넷
지난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들과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KT&G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폐기물 은폐 의혹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에코넷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KT&G가 위탁한 담뱃잎 찌꺼기(연초박) 처리 작업이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연초박 작업과 암 발병 연관성을 정밀조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점마을 주민들, 집단 암발병 사태에 고통

지난 22일 장점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G는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 처리과정 공개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이 마을에 집단 암 발병 사망 사례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일찍이 연초박 폐기물을 의심했지만,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익산시 임형택 의원은 시 의회 임시회의에서 “연초박을 고열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타르 등 폐기물 때문에 암 발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아울러 이를 규명하기 위한 정밀조사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비료공장에서 근무한 직원이 이틀에 한 번 200kg 박스 70개 분량의 연초박을 반입해 연초박 50%, 타재료 50%를 섞어 고열 처리로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다고 증언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르 등이 대기와 토지, 물, 농산물 등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필터를 달아서 피워도 해로운 담배를 하루에 몇 톤씩 연소시켜 굴뚝으로 내뿜은 사건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는 희대의 살인사건”이라며 “장점마을 주민들은 집단 암 발병 원인 역시 수년간 KT&G가 하청으로 처리한 연초박 고열처리 작업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각종 의혹들 직접 규명하고 배상하라” 
KT&G “환경부 조사 진행중.. 결과 지켜봐야”


환경단체 글로벌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은 “KT&G는 당초 금강농산이 폐기물 종합 재활용업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관련 업무를 위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면서 “익산 장점마을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 위탁 처리한 연초박 물량 및 폐기물 배출자, 운반자, 수탁업체의 수탁능력 확인서 등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KT&G는 발암유발성이 인정되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담배제조에 관한 국내독점권을 부여하고 제대로 감독·관리하지 못한 정부가 앞장서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연초박은 식물성 성분으로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처분하고 있으며, 가열처리 없이 퇴비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 “퇴비시설 또한 법령상 기준을 갖춘 곳에 적법하게 공급했다. 현재 환경부 등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후 45가구 80여명 인구 중 30여명이 원인불명으로 암에 걸리고 올해 1월 기준 총 17명이 사망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타지로 이사를 갔고 현재는 40여명의 주민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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