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됐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불명예를 안게 됐다. /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됐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불명예를 안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7개월만이다.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됐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영장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25기 후배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시한 물증과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브이(V)자를 표시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과 김앤장 독대 문건, 이규진 수첩 등을 물증으로 제시하며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40여개에 이른다. 직권남용이 핵심 혐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관건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혐의 입증이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에서 중간 역할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심사를 맡은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피의 사실 일부는 죄가 되는지 의문이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독방에 수감됐고, 박병대 전 대법관은 귀가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날 구치소를 빠져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으나 일절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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