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헌정 사상 첫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구속 수감됐다. 일각에서는 혐의 전체를 부인하고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듯한 주장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혐의를 부인하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의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검츨은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인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첫 공개 소환했다. 이어 14일과 15일에도 소환, 지난 18일 260여쪽 분량의 구석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지시한 사실도, 보고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 내부에서도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선전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확신하고 있었다. 사필귀정이라고 본다”면서 “법원 내부도 많이 달라졌다. 임종헌 전 차장 혼자 다 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심사를 맡은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의 영장 기각 후 수사 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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