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이 연이은 성폭력 사건 소식으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수원이 연이은 성폭력 사건 소식으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성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연이은 성추문으로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한수원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이지만, 은폐 의혹 등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스포츠니어스는 지난 22일, 한수원 여자축구팀(경주 한수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은폐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수원 여자축구팀 감독이 지난해 9월 돌연 자취를 감췄는데, 그 내막에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스포츠니어스 2017년 창단한 한수원 여자축구팀의 초대 감독이었던 해당 감독이 한 선수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저질렀으며, 다른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증언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를 사법 당국이나 연맹 등에 알리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했으며, 내부관계자들에게 각서를 받고 특혜를 제안하는 등 입막음 시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여자축구팀에서 제기된 이러한 의혹은 최근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체육계 성폭력 실태와 맥락이 닿아있다.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 또는 처벌 없이 사건이 덮였다는 점에서다.

이어 23일 보도된 한수원 내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은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프레시안은 23일 한수원 인재개발원 여직원의 성폭력 피해 폭로를 보도했다. 이 여직원은 2014년 입사 직후부터 줄곧 성추행, 성희롱 등 성폭력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다. 가해자가 3명에 달하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벌어졌다는 증언이다.

또한 이 여직원은 지난해 5월과 6월 이를 한수원 측에 알렸음에도 7개월이 넘도록 어떠한 결과나 조치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루 사이로 보도된 한수원 내 성폭력 사건은 지속적으로 이뤄진 일이자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특정 개인의 일탈 및 도덕성도 문제지만, 한수원의 대응 및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측은 “축구단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더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내부적으로 처리한 것이며, 인재개발원 사건은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한수원 차원의 은폐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수원의 과거를 살펴보면 이러한 해명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한수원에서는 앞서도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지난해만 해도 4건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바 있고, 이 중 한 건은 UAE에서 외국인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었다. 2017년 역시 성폭력 관련 징계가 4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2017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지난해 3월 성폭력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2월엔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다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충격적인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그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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