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내년 상반기면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가 심사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분위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샌 모양새다. 사업 주도자 역할을 해야 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참여 열기가 저조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금감원 본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설명회를 열었다. 핀테크기업 13곳을 비롯해 총 55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2015년 1기 때 설명회와 사뭇 달랐다. 참석 기업도 절반 수준에 그친데다 대형 ICT 기업들이 불참하면서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네이버와 인터파크가 인가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커진 상태였다. 인터파크 측 관계자가 이날 설명회에 참석 했지만, 단순히 동향파악을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금융권도 뜨뜻미지근한 분위기였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은행 입장에선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추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 마냥 반갑지 않았을 터다.

금융당국은 당혹스런 모양새다. ICT 기업의 사업 참여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어렵게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완화)이 통과돼 이달 17일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법 수혜자인 ICT 기업의 참여가 저조했으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뭘까. 각 사업자마다 내부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취합해보면 △높은 규제 △금융시장 환경의 변화 △기존 선점사업자에 부담 △사업 모델 차별화 어려움 △지속적인 자본 투자부담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규제 문제’는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시행으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엄격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다, 까다롭고 세세한 금융산업 특유의 세부 규제들도 많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목된다.

국내 은행산업은 글로벌 금융강국과 비교하면 보수적인 색이 짙다. 산업자본 규제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세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당국의 감시망도 촘촘하다.

금융산업환경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바뀌고 있다. 4차산업혁명 물결에 따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각종 정보통신기술 개발 논의도 활발하다. 당국이 ‘핀테크 확산’을 위해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시장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더디다는 게 현업의 평가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금융과 기술 융합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한,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전성을 해치거나 변칙 플레이를 하는 곳이 있다면, 강력한 처벌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정부는 신규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최대 2곳까지 선정할 예정이다. 대형 ICT기업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김이 빠진 모양새지만,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황을 감안하면 막판에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전에 정부 차원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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