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액자 명판식 및 제24차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정동영 대표, 권노갑 고문, 정대철 고문등 참석자들이 사진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액자 명판식 및 제24차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정동영 대표, 권노갑 고문, 정대철 고문 등 참석자들이 사진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민주평화당 당대표실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액자가 걸렸다. 1990년 민주자유당(민자당) 탄생 과정에서 평화민주당(평민당)이 김대중 총재를 필두로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해 정치적 승리를 거둔 순간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민주평화당’은 국민의당에서 분화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평민당의 앞뒤를 바꿔 정한 당명이다. 호남을 정치적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본격적인 21대 총선 준비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만큼 창당정신이자 초심인 ‘김대중 정신’을 다시 강조하는 모습이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평화당 김 전 대통령 사진 명판식에는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옛 동교동계 원로들인 권노갑·정대철·이훈평 상임고문도 참석했다. 정동영 대표는 “김대중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진 현판식을 고문님들을 모시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 고문은 “우리가 모인 것을 계기로 김대중 정신을 되새기고 김 전 대통령께서 이룩한 모든 업적과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독특한 것은 당대표실에 걸린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이 집권 시절이 아니라 야당 총재 시절이라는 점이다.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거대여당 민자당이 탄생한 후 민간인 정치사찰이 터지자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민자당 폭거규탄과 의원직 사퇴결의 및 총선촉구 결의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은 군소야당이었던 평민당의 정치적 승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이후 지방자치제 실시, 내각제 포기, 정치사찰 중지, 민생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3일 간의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면적인 지방자치제 실시 약속을 받아낸 뒤 단식을 중단했다.

정동영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지방자치제를 관철했고 평화당은 지금의 국회 구성방식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을 국민의 뜻에 연동해서 각 정당이 국민이 받은 지지만큼 의석을 갖는, 그래서 명실상부한 다당제 국가를 실현하자는 투쟁을 앞장서 벌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화당의 ‘김대중 명판식’은 더불어민주당과의 ‘호남 적자 경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민주당 역시 당 사무공간에 김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20대 총선 당시 호남지역에서 의석을 별로 얻지 못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총선에서 호남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상 호남민심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63%에 달하는 반면 평화당은 1%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원내5당인 정의당(13%)의 동지역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다. <1월 22~24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평화당은 3~4월 중으로 조직 개편대회를 완료하고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2월 초부터는 광주와 전주 등 호남지역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귀성객 인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민심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평화당 중진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당의 향후 행보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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