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묵은 아시안컵 우승의 한이 이번에는 풀릴 줄 알았다. 손흥민을 필두로 전체적인 전력 구성이 2002년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진운도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아시안컵은 8강에서 허무하게 끝났다. 총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해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 온 파울루 벤투 감독의 명백한 실패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진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이영표의 후계자를 찾는 것이다. /뉴시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이영표의 후계자를 찾는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1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루는 축구는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좌우측면을 맡는 풀백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비록 많은 골을 넣는 공격수나 화려한 드리블 및 패스를 선사하는 미드필더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궂은 일이 많지만 말이다.

훌륭한 풀백자원을 갖춘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는 무척 크다. 풀백은 기본적으로 수비 자리에 위치하지만 수시로 공수를 오간다. 상대의 핵심 공격루트 중 하나를 차단하며 역으로 창의 역할도 한다. 풀백의 역량에 따라 훨씬 다양한 전술 구사가 가능해지고,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풀백 자원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모두가 떠올릴 그 이름, 바로 이영표다. 부지런하고 발재간도 좋았던 이영표는 영리한 수비수이자 위협적인 공격 카드이기도 했다. 선수생활 끝 무렵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의 역할도 훌륭하게 소화한 바 있다. 이영표가 있던 시절, 우리에게 왼쪽 풀백 자리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이영표가 은퇴 한 이후, 왼쪽 풀백은 우리에게 큰 고민거리이자 숙제가 됐다. 많은 선수들이 기대 속에 ‘이영표의 후계자’ 자리를 노렸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타이틀을 자기 것으로 만든 선수는 없다.

오른쪽 풀백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영표가 활약하던 시절 송종국 또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후 차두리가 특유의 폭발적인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뒤를 잇는 선수가 없다.

다른 포지션을 살펴보면 더욱 아쉽다. 공격진엔 손흥민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등장했고, 황의조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 등이 선배들로부터 이어받은 허리진도 좋은 자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영권, 김민재 등이 지키는 수비진과 조현우, 김승규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골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독 풀백 자원은 꾸준히 믿고 맡길 선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숙제는 풀리지 않았다. 김진수가 왼쪽, 이용이 오른쪽을 맡았으나 합격점을 주긴 어려웠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좋은 장면도 있었지만, 아쉬운 모습이 적지 않았다.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을 필두로 한 핵심선수들이 나란히 전성기에 이를 시기인데다, 미래를 짊어질 이승우, 이강인, 백승호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영표 후계자 찾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과연 이 숙제를 풀 선수는 누가 될까. 그리고 그 선수를 발굴하는 감독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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