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 지급 결정
2010년 국내 진출 이후 첫 변화… KT와 협상도 속도 낼 듯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급한다. 2010년 국내 진출 이후 KT가 아닌 통신사업자에 망사용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역차별 논란이 해소될 가능성도 커졌다.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급한다. 2010년 국내 진출 이후 KT가 아닌 통신사업자에 망사용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역차별 논란이 해소될 가능성도 커졌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인터넷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최근 통신사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해서다. 현재 페이스북과 망사용료 협상 중인 KT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에 진출해 있지만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의 태도 변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변화로 인터넷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SKB에 망사용료 지급하는 페이스북

28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의 망사용료 협상을 지난 24일 타결했다. 망사용료는 인터넷 기업이 통신사 망을 사용해 수익을 내는 대가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페이스북이 KT 이외의 통신사업자에게 망사용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0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이다. 계약 조항에 따라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2년간 상당한 규모의 망사용료가 지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쉬운 협상은 아니었다. 2016년부터 계속된 논쟁이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갈등은 2016년 시작됐다. 페이스북이 이들 통신사에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도 망사용료 지급은 거절해서다. 사실상 무상설치를 강요한 셈이다. 캐시서버는 사용자의 데이터 등을 사용자 위치 근처에 저장해두는 서버로, 외국의 서버를 거치지 않아 빠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페이스북은 국내 사용자의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자 KT가 아닌 통신사업자에도 캐시서버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페이스북의 요구를 거절했다. 망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페이스북의 태도였다. 이용자 안내 없이 서비스 접속경로를 KT에서 홍콩, 미국 등으로 변경했다. 일방적으로 국내 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접속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며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사실 조사에 착수, 페이스북이 국내 이용자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은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후 협상에 성공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이에 KT와 페이스북 간 협상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KT와 페이스북의 망사용료 계약은 지난해 7월 만기됐지만 즉시 재계약되지 않았다. 양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협상 역시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이 LG유플러스와의 협상까지 타결된다면 통신3사 모두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게 된다. 

◇ 역차별 해소 단초될까… 구글·넷플릭스 움직임 주목

이번 협상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업계는 페이스북의 변화가 인터넷 생태계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은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국내에서 수익을 올려왔다. 이에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 한다는 문제가 지속 제기돼왔다. 국내에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한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시장의 역차별 문제는 최근 2년간 방통위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망통위원장은 “(글로벌 사업자의 망사용료 문제는) 방통위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워낙 우월적 위치에서 갑질을 하니 통신사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좋은 LTE 고속도로에서 데이터를 막 사용하고 있다. 5G에서도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의 경우 매년 수백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2016년 한해에만 망사용료로 734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카카오와 아프리카TV는 각각 300억원, 150억원의 망사용료를 지급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일일 접속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연간 망사용료는 150억원에 그친다. 심지어 구글과 넷플릭스의 망사용료는 제로 수준이다. 

고화질, 고용량 영상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망사용료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망사용료 부담으로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의 ‘무임승차’는 국내 기업의 시장 영향력을 줄이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실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역시 “국내 기업들은 망사용료 부담으로 고화질 서비스를 못한다”며 “외국 기업은 트래픽 부하를 초래하는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망사용료 지불 없이 하고 있다. 불공정 경쟁으로 동영상 시장은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협상으로 구글, 넷플릭스 등 현재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해외 기업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망사용료 지급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답을 회피했다. 당시 제시카 리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한국 생태계와 협력하고 있다”며 “고객에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상세한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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