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번째… 개성공단 방북 신청 또 좌절
입주기업인들 “유엔제재와 무관한데…” 답답함 호소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사람들은 평양도 가고 개성도 다녀오는데 왜 우리는 갈 수 없는 건가요? 우리는 전 재산을 그곳에 두고 왔는데… 상처받을 수밖에 없지요.”

개성공단 방북 신청이 또 다시 좌절되자 입주기업인들이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이 유보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무방비 상태로 쫓기듯 나와 3년 간 설비들이 방치되면서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 정부 “국제사회·북한과 협의 충족되지 않아”

기업인들은 이달 9일 시설 점검을 위해 1사1인씩 총 179명이 하루 일정으로 방북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통일부는 공문을 통해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정부는 “부처간 협의, 국제사회 이해 과정, 북한과의 구체적인 협의들이 다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주기업인들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은 유엔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는 게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대책위는 남북관계가 개선된 이후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며 공장 점검을 위한 방북 허가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유엔 대북제재와 무관한 점검을 위한 방북 무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개성공단에 투자한 자산은 남과 북이 법률로 보장하도록 합의했음에도 유엔 대북제재와 연계해 민간기업의 재산권을 점검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가 지연될수록 기업들의 경영난은 하루하루 가중되고 있다”면서 “더욱이 정부는 ‘당국의 조치에 의해 사업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경우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공감대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월 말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를 비핵화 수단으로 여기는 있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입주기업인들의 고통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입주기업인들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기업 입주기업인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통일부 관계자에게 방북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개성공단기업 입주기업인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통일부 관계자에게 방북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 무력·좌절감 호소하는 입주 기업인들

입주기업인들은 그저 답답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기업인들은 또 다시 방북 신청이 보류되자 정부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신한용 대책위 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방북 신청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모두가 저마다 이유들을 짐작하고 있겠지만 우리들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 설비들이 작동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매번 신청할 때마다 우리들은 이번에는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신청을 한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들 재산을 우리가 점검하러 가겠다는 게 유엔 제재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 않냐”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은 3년 동안 공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는데,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분들은 평양이며 개성이며 다 가지 않는가. 왜 우리는 못가는 것인가”라며 “무엇 때문에 안 되는 것이고, 언제쯤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설명도 없이 매번 이렇게 보류 통보를 하는데, 정말 이럴 땐 상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성공단 방북 신청이 무산된 것과 관련 북한에서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남북협력사업은 외세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요구와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자주적 입장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도 남조선 각계는 미국의 방해 책동에 의해 남측 기업가들의 개성공업지구방문이 실현되지 못했다고 격분을 토로했다”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오늘 외부세력의 눈치를 보거나 추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위이자 평화와 번영, 통일의 장애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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