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안건으로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안) 수정안 찬반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안건으로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안) 수정안 찬반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민주노총이 결국 ‘마이웨이’를 가게 됐다. 그렇다고 속이 편한 것도 아니다. 자칫 내부분열로만 비춰질 수 있어 전열 재정비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노총은 지난해부터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한국노총도 민노총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사경위 사용자측 공익위원이 제시한 노조법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 문재인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비단 민노총과의 갈등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민노총, 20년만에 경사노위 참여 물거품

민주노총이 결국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신년 간담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에 타협을 촉구했지만, 민노총은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가 물거품 되면서 노사정 대화도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민노총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 홀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3개 수정안을 논의·표결했으나 전부 부결됐다. 전체 대의원 1,273명 가운데 977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하나로 의견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3개의 안은 불참안 1개와 조건적 참여 2개 안이 논의됐다. 중도파로 구분되는 금속노조는 ▲탄력근로제 개편 철회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철회 ▲ILO 핵심협약 비준 ▲노정(勞政) 교섭 정례화 등을 조건으로 참여하는 안을 내놨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도 조건부 참여안을 내놨다. 다만 금속노조와 달리 일단 참여하되 문제가 되는 정책이 논의될 시 즉각 탈퇴하자는 것. 하지만 강경파와 중도파, 온건파 어느 부류도 다수가 되지 못하면서 3가지 안 모두 부결, 결국 경노사위 참여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민노총은 1999년 2월 이래 경사노위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수차례 민노총의 노사정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할 시 결국 ‘타협을 위한 대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내부 분위기 때문에 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도 언제든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민노총 강경파들은 경사노위 불참과 동시에 대정부 투쟁을 결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에서 김명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에서 김명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노사경위 불참, 예견된 결과?... 한노총도 ‘불안’

이날 노사경위 참여가 불발되자 김명환 위원장은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질서 있는 토론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다”면서도 “아쉽게도 결정은 못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안을 논의하기 보다는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해 시일 내 임시대의원회를 소집겠다”면서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지 않는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 이후 방안 등을 재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민노총의 노사경위 불참은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민노총은 경사노위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들이 발표한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들이 발표한 개정안은 ILO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은 모두 누락한 반면 사용자단체에서 요구한 개악은 모두 반영하고 있다”면서 “대략 내용만 훑어봐도 개정안이 가진 악의가 눈에 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ILO 국제기준은 둘째 치고, 노조 활동은 통제하고, 사용자의 노조탄압은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는 범죄적 사고로 가득하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민노총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탄압하고 독재시대로 부활하자는 안을 논의하겠다면 이는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노총 또한 오는 31일 경사노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노동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노총은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사용자 측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은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라며 “정부에 노조법 전면개정과 노동시간제도와 관련해 전향적인 개선안을 요구하는 노정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경사노위 제도개선위 전체회의에서 사용자 측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파업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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