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국무회의 입장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국무회의 입장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철 경제보좌관을 사실상 경질했다. 논란이 됐던 강연 발언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질질 끌지 않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지만, 이번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비리혐의와 관련해 자진사퇴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경우 약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김 보좌관의 사의를 받아들인 배경은 간단하다. 김 보좌관은 “50~60대가 SNS에 험한 댓글을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현 정부에 부정적인 장년층과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전 부처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 김 보좌관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빠른 인사 조치를 건의한 사람은 노영민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보좌관의 사의표명은 29일 아침에 있었는데, 그 사이 노 실장이 강하게 건의해 문 대통령이 오후 사표수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노 실장은 취임 후 ‘개인적 SNS활동 금지’ ‘문재인 대통령 대면보고 축소’ 등 청와대 업무환경 변화를 주도해왔다.

정치권 반응은 나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논란이 있던 인물들을 끝까지 감싸다가 반감을 샀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인사 문제에 있어서 여론 흐름을 민감하게 파악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분위기 쇄신을 위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을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설 연휴를 전후해 발표될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 변화가 관건이다. 청와대는 지지율과 관련해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 지지율이 더 하락할 경우,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와 관련해 한 시사방송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에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국회는 탄핵 이전 그대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뀜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은 거의 다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입법이 필요한데 이 국면에서 지지율마저 떨어지면 입법이 더 어려워진다.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그나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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