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미니스톱이 매각 등 업계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 미니스톱
편의점 미니스톱이 매각 등 업계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 미니스톱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업계 순위 5위의 미니스톱의 존재감이 최근 들어 부쩍 높아졌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매각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입찰 공고에 들어갈 한강변 11개 점포의 터줏대감으로서 업계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 미니스톱이 가진 무게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편이다. 국내 유통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대기업 소유의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일본 자본이 운영하는 미니스톱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기존 ‘위드미’의 간판을 땐 이마트24가 심기일전하며 치고 올라오면서 업계 4위 자리마저 내주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미니스톱의 점포 수는 2,500여개. 3,5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후발업체 이마트24와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위 업체들과의 간극은 쉽게 메울 수 없는 상태다. 세븐일레븐이 9,5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빅2’로 분류되는 CU와 GS25가 각각 1만3,000여 점포를 확보하며 최강자 자리를 다투고 있다.

미니스톱은 '규모의 경제'에서만 뒤처진 게 아니다. 자부심이었던 치킨, 어묵 등 즉석 조리 식품 마저 업계에 보편화되면서 미니스톱의 차별성과 경쟁력은 더욱 훼손됐다. 어느샌가 ‘프리미엄 편의점’이라는 슬로건은 미니스톱 내부에서만 통하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국내 편의점 산업의 롤모델인 일본 기업(이온그룹)이 최대주주라는 사실을 실감할만한 구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처럼 변방으로 밀려나던 미니스톱의 위상이 최근 급격히 달라졌다.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올만한 굵직굵직한 이슈의 주인공이 되면서 존재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이온그룹이 한국 미니스톱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성장 정체에 빠졌던 경쟁사들의 인수 경쟁이 펼쳐졌다. 1만 점포 목전에서 맴돌던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이마트24와 사모펀드까지 뛰어들면서 흥행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지체되던 M&A 작업은 매각 철회라는 반전을 맞았다. 국내 경영 상황이 급변해 이온 측이 미니스톱 가치를 더 높게 판단해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미니스톱 인수에 사활을 걸던 업체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된 셈이다. 반면 미니스톱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조만간 입찰에 들어갈 한강변 편의점 11곳의 간판을 달고 있는 곳 모두 미니스톱이다. 미니스톱 매각 작업이 공식 중단되면서 한강변은 ‘제2의 미니스톱 인수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입지 특성상 안전 검사를 이유로 입찰 공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경쟁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미니스톱의 몸값은 더 뛸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에 가로막혀 영역 확장이 쉽지 않아진 지금, 미니스톱은 단번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로또와 같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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