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13년 째 복직투쟁을 이어온 콜트콜텍(이하 콜텍)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사태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콜텍 사건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 해고 노동자들 “명예롭게 정년 맞이하고 싶어”
금속노조 콜트콜텍지회는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13년, 일과 삶을 되찾자’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콜텍 해고 노동자들은 ▲박영호 회장 사과 ▲해고자 복직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처벌 ▲콜텍 정리해고 재심 진행 등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콜텍은 국내 굴지의 기타 제작 회사로 2007년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을 단행, 100여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한국 공장을 폐쇄한 콜텍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악기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4,382일 간 송전탑에 오르고 외국으로 가서 우리의 사건을 알리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 “2012년 재판거래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이 나면서 콜텍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쫓겨난 지 13년이 된 해고자들은 정년이 되기 전에 복직을 이뤄내고 콜텍과의 끝장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정리해고 사태와 재판거래 사건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태의 근본적 책임자인 박영호 사장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콜텍 해고노동자 김경봉 씨는 올해로 정년을 맞았고, 임재춘 씨 역시 3년 후 정년이 된다.
콜텍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재 사고, 관리자들의 인격말살 등을 문제 삼으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자 사측은 경영난을 들며 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콜텍 노동자들은 회사가 경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고 노동자들은 “신음과 눈물을 눌러 담아 만든 기타가 전 세계로 팔려가는 동안 공장은 절망과 착취의 장소가 됐다”면서 “오로지 박영호 사장만이 그곳을 ‘꿈의 공장’이라고 불렀다. 결국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정리해고까지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기타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 온 이들이 더 큰 힘으로 투쟁하기 위해 ‘콜텍 끝장투쟁 집중연대의 날’을 개최한다”면서 “13년을 함께 잇는 130미터에 이르는 현수막을 본사 앞에 게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동지들과 복직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변 “콜텍 사건, 양승태 사법농단 희생양”
콜텍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과 아울러 재심 신청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콜텍 사건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희생양으로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콜텍 사건이 언급돼 있다. 문건에는 콜텍 사건을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분류하고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도 콜텍 사건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29일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농단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콜텍 판결이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권의 재판거래 사건 중 하나로 등장했다”며 “해고노동자들은 자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온 정치권과 사법부가 남용한 권력의 피해자”라고 비판했다.
콜텍 해고노동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항소심에서 해고자들이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그로부터 2년도 더 지난 2012년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판결은 2012년 경향신문과 민변이 선정한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뽑히기도 했다.
파기환송심은 회사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수익성도 양호해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없었다는 감정인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뜻대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사법농단이 아니었다면 박영호 사장이 13년 동안 무책임하고 뻔뻔하게 해고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