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3 18:08 (금)
[박영재의 ‘향상일로’] 청년을 위하여
[박영재의 ‘향상일로’] 청년을 위하여
  • 시사위크
  • 승인 2019.01.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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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필자는 ‘향상일로’의 첫 칼럼에서 종교를 초월해 매우 효과적인 성찰방법 가운데 하나인 ‘수식관(數息觀)’을 소개드렸었는데, 다시 한 번 수식관의 효과를 강조해드리겠습니다. 대개 초보자가 이른 아침 매일 20분씩 6개월 정도 수식관을 실천하면 거의 잡념 없이 철저히 수식관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러진 집중력은 번잡한 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각자 맡은 바 본업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한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가끔 불쑥 ‘헬조선’을 떠올리기도 하는 ‘청년(靑年)’들을 위하여, 지난 수 년 간 매년 2학기마다 ‘우주와 인생’이라는 서강대 정규 교양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2018년 2학기에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10분간씩 ‘수식관’ 실습을 기본으로 했던 이 강의를 수강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성찰여정의 길을 걸었던, 입시지옥을 벗어난 지 갓 1년이 채 안된, 한 기독교인 1학년 학생의 성찰글들을 통해 넓어진 안목(眼目)을 함께 엿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면 관계상 이 수강생이 제출했던 세 주제에 대한 성찰글들에 초점을 맞추어 핵심부분들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수강생이 ‘우주와 인생’ 강의를 수강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인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이 벌써 19년이나 됐나 싶고, 가끔 내가 누구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대학생활과 그 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우주와 인생’이라는 강의가 이 고민들의 답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수강하기로 했다.”

◇ 수업 개요

먼저 강의 목표는 우주를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인간의 본질을 깊이 파악하게 함으로서,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야할 학부생들에게, 우주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언행일치의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기르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의 실현을 위한 수업개요를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강의를 통해 현대 첨단과학기술시대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자연과학의 기초가 되는 자연법칙(주로 물리학)에 대한 기본개념과 그 응용분야 및 인접관련분야에 관한 폭넓은 소개를 통해 우주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아울러 과학 발전을 주도했던 과학자들과 인간답게 살았던 지구촌 영적 스승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아울러 우주 속에서 각자 자기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자기성찰법의 하나인 수식관을 강의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약 10분-15분 정도 실습한다. 그밖에 수업 이외에 수강생들에게 일련의 성찰 글쓰기 과제들, 즉 과거와 현재 및 미래가 담긴 ‘인생지도’, 열린 마음으로 ‘이웃종교 이해하기’, ‘이웃의 고마움’, 자유주제인 ‘일상 속 성찰’ 및 기말과제로 4달간의 성찰여정이 반영된 ‘수정된 인생지도’를 부과하고, 이를 과목 관련 홈페이지 가운데 ‘4달간의 참선 여정’ 코너에 무기명으로 게시해 함께 공유하며 성찰 여정을 이어가게 한다.”

◇ 인생지도 : 타인은 나를 모른다

학기 초에 수업 개요를 듣고 2주 이내에 제출했던, 비록 아직은 명료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잘 성찰한, 이 수강생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가 담긴 ‘인생지도’의 핵심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말과 행동, 선택, 겉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민했다. 나를 정의하고 이끌고 평가하는 주체가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 개성과 선호하는 스타일을 찾고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다. 타인의 마음에 들기보다 내 마음에 들게 나를 가꾸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일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 자신의 시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사랑하며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할 일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할 수 있을 것이고, 마음이 훨씬 더 가벼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음이 단단하지 않다면 삶이 힘들 때 바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고 삶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는 금세 자만하기 쉽다고 한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마음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과 정말 소중한 것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겁든 괴롭든 어떤 때에도 내 마음을 지키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8년 9월 10일)

◇ 이웃종교 이해하기

천주교 예수회에서 설립한 서강대에서는 매 학기 초마다 공식적으로 3시간을 휴강하고 ‘개강미사’를 개최합니다. 그런데 개신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와는 달리 학점이수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희망자만 참석을 합니다. 그 결과 약 7,800명의 학부생들 가운데 주로 천주교인들을 중심으로 약 200명 정도만이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로는 대한민국도 이제 열린 마음으로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함께 협력해 살아가야하는 다종교 다문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에 개강미사를 통해 자연스레 이웃종교를 몸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과제로 ‘개강미사참관기’나 또는 ‘이웃종교 이해하기’ 관련 독후감을 과제로 부과해 오고 있는데 이 수강생의 성찰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나를 교회에 데려가셨고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종교를 따르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나는 내가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지적으로 성장하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교회에 다니는지, 나에게 신앙심이 있기는 한 건지, 절이나 성당에 가 보는 것은 어떨지 등의 생각을 가졌다. 교회에 가는 횟수도 점점 뜸해졌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인류의 탄생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나 일반적인 상식과 완전히 달랐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누군가가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긴 하지만, 아직도 내가 진정한 신앙으로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기’를 익히며 내가 너무 종교의 틀에만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종교 안에 있더라도 각자 자기 신앙 안에서 이 성찰 지침을 따라 자기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될 것이다. 애초에 종교를 믿는 목적이 자기 성장, 내면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고 선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종교를 믿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믿으며 신앙 안에서 내 삶을 더 바람직하게 영위할 수 있는가’인 것 같다.

‘우주와 인생’이라는 강의로부터 나의 인생이 많은 것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기억에 남는 내용들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선 수행은 단지 석가의 길, 고승들의 길을 모방하여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공통점은 이 길을 자기 혼자만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고, 자기와 타인의 구별이 없는 모두를 위한 길을 간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꼽겠다. 누구든 영원성의 진리를 추구하며 올바른 자세로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같아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선 수행의 올바른 길 또는 방식이 단 하나의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며, 나의 길을 걸으며 나를 찾고 타인을 위하는 만족스러운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가족들과 내가 오랜 기간 다닌 교회에서도 이웃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라고 배웠다. 타인을 사랑하려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데, 어떻게 진정으로 타인을 위할 수 있을까? 참선 수행을 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와 내 마음을 사랑하려 노력하고, 그 만큼 타인들에 대한 사랑도 키워나가고 싶다. 나의 인생이여도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2018년 9월 30일)

◇ 수정된 인생지도: 담담하고 행복하게

“이번 2학기는 제가 살면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다고 느꼈던 넉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가 끝난 후 그 지난 넉 달은 저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태도를 반성해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주와 인생’은 20년간 살아오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최근 몇 달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루하루 제가 직면한 문제들과 해야 할 일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고, ‘수식관數息觀’이라는 명상 방법은 저의 의지와 행동 하나 하나에 있어 원동력原動力이 되었습니다. 수식관을 포함한 ‘우주와 인생’에서 배우고 느낀 많은 것들 덕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나날들에서 조금은 안정을 찾고, 그 속에서도 매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저의 인생을 가치 있게 가꾸어 나가고 싶습니다.” (2018년 12월 24일)

한편 기말시험 가운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문제인, ‘담당교수가 강의를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핵심의도’에 대해 이 수강생은 “교수님께서는 참선을 통해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을 가르쳐주시려고 한 것 같습니다. 즉 성찰과 나눔은 각각 별개가 아닌 하나이며 항상 성찰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주셨습니다.” 참고로 고백하건대 이는 필자가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간화선 수행을 10년 쯤 했을 때 겨우 파악하게 된 경계입니다.

아울러 필자는 최근 수강생들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제출한, 다음과 같은 무기명 강의평가 의견을 접하고 크게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취직하고 경력을 관리하는 인생이 아닌, 진짜 '인생'을 계획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한 학기동안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필자가 수업 중간에 자세히 소개하는 스팬서 존슨 박사가 지은 <선물(Present)>이 수강생들에게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자신만의 가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위해 소명(召命) 의식을 갖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청년’ 바른 정의와 구체적 사례

결론적으로 필자는 오늘날 평균 100세 시대를 맞이해 생체 나이로 분류하는 좁은 뜻의 ‘청년’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사실 비단 20대의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헬조선’이란 분별조차 일으키지 않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묵묵히 있는 그 자리에서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늘 새롭게 도전하는 분들이 진정한 ‘청년’인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필자의 경상대 초청특강을 통해 맺게 된 희유한 인연의 늙은 청년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경상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40여년간 재직하시다가 올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신 청년 손병욱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 손교수께서는 불교를 포함해 동양사상에 관한 이론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실천적인 수행 면에서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셨던 것 같은데, 이를 엿볼 수 있는 그의 간절한 새해 소망이 담긴 <월간금강> 최근호에 실린 핵심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혜일체(定慧一體)의 깨달음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첩경(捷徑)은 호흡명상 곧 수식관(數息觀)과 이에 따른 화두참구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수행법을 채택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금년 중에 법경 법사에게 나아가 입실점검(入室點檢)을 받아볼 생각이다. 그리하여 개인적 차원에서 깨달음을 얻은, ‘깨달음 속에 있는 중생’으로서의 보살, 곧 보살마하살[大菩薩]의 자격을 얻게 된다면, 이후 6바라밀의 실천으로 깨달음의 사회적 확산에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자! 이 글을 접하신 여러분들은 진정한 청년이신지요? 아니라면 이번 설 명절 연휴 동안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시고, 남은 생애 동안 수식관과 함께 하루를 열며 ‘향상일로’, 즉 영원한 청년의 인생여정을 걸어보시기를 간절히 염원 드립니다.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전공분야: 입자이론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한편 1975년 10월 임제종 양기파의 법맥을 이은 선도회 초대 지도법사이셨던 종달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스승이 제시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0년 6월 종달 선사 입적 이후 지금까지 선도회(2009년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새롭게 발족)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한편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께 두 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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