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김경수 법정구속'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김경수 법정구속'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여권의 대권판도도 출렁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세 번째로 유력 대권주자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가 ‘차고 넘치는’ 분위기였던 민주당 내부 기류가 ‘우려’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다는 점이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김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고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이었다. 민주당 최대계파인 ‘친노’와 ‘친문’ 색채를 두루 갖춘 셈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막 불거지기 시작할 때 지방선거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져 당선된 뒤 정치인으로서의 무게감도 커졌다.

안 전 지사와 이 지사 사태 때와 내부 분위기가 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전 지사는 ‘친노 적자’로 불리며 친문계와는 거리가 있었고, 이 지사는 당내 친문진영으로부터 오히려 공격을 받아왔던 인사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가해 의혹과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 개인적 비위와는 달리, 김 지사의 혐의는 선거와 연루된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온도차가 있다.

친문 핵심 인사들의 지지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수야! 이럴 땐 정치를 한다는 게 죽도록 싫다. ‘정치 하지마라’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언이 다시 아프게 와서 꽂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만감이 쏟아져 내린다. 정치인 김경수를 한없이 신뢰하고 응원한다. 견뎌내다오”라는 글을 남겼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참여정부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상황실과 부속실을 거치며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 권력의 세계에서 그 누구도 그를 비판하거나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절제하고 정치적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가 의연하게 견뎌주길 간절히 바라고 믿는다”고 김 지사를 응원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당 차원에서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에 변호사 출신 박주민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31일 같은 당 법조인 출신인 백혜련·이재정 의원 등과 서울구치소에서 김 지사를 접견했다. 김 지사는 “빠른 시간 내에 판결을 바로 잡고 도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알려졌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1차 회의를 가졌다. 박주민 의원은 “대책위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대응과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사법농단 또는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변호인단과 판결문을 세밀하게 분석해 향후 판결이 갖고 있는 법리적 모순을 알려내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전국 대국민 보고회, 시민사회진영과의 사회적 기구 구성 등도 논의 중에 있다.

남은 재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민주당으로선 김 지사의 1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사법농단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정치적 위기를 딛고 김 지사가 다시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기반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기 대선의 ‘가늠자’가 될 총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권주자가 없는 민주당으로선 마음이 급해졌다.

현재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거론되고 있는 여권 인물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 총리와 박 시장은 대권 도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