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71명이 지난해 12월 31일 새벽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로 출근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된지 10년 만이다. /뉴시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71명이 지난해 12월 31일 새벽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로 출근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된지 10년 만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해고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급여가 경찰에 의해 가압류됐다. 2009년 쌍용차 파업농성 당시 인적·물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것.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경찰이 자체 인권조사위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첫 월급 85만원 받은 쌍용차 복직 노동자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 등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급여를 가압류한 경찰을 규탄했다.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모인 이들은 “경찰은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배 청구와 가압류를 철회하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2009년 쌍용차 파업 농성 당시 16억8,0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쌍용차 노동자 67명이 총 8억9,000만원 상당의 퇴직금과 임금, 부동산 등을 가압류 당한 상태다.

이에 쌍용차 측도 ‘법정채무금 공제’라는 명목으로 복직한 노동자들의 첫 급여에서 수십만원 가량을 공제해 지급했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법정채무금을 공제하고 85만원 남짓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 사무국장은 “최저생계비는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급여를 받는 순간 처참했다. 가족과 외식도 못했고, 10년간 돌봐준 분들에게 인사도 못했다”면서 “우리는 아직도 국가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장기 해고와 형사처벌, 사회적 낙인과 손배가압류, 심리적 고통까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명예회복과 손배 가압류 철회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심은 경찰이 청구한 16억8,000만원 중 14억1,000만원을, 2심은 11억6,760만원을 배상하라며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자가 불면서 노동자들이 배상해야할 금액은 21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전에 자체적으로 손배 청구 및 가압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경찰, 위법 진압하고 오히려 손배 청구해”

쌍용차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경찰의 진압이 위법했기 때문에 손배해상 청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파업 당시 정부와 경찰,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합동 작전을 벌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배 및 가압류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지만 경찰은 5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복직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 임금가압류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손배 즉각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복직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 임금가압류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손배 즉각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위법한 경찰 진압에 대해 노동자들이 오히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한 국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별개로 법인이나 단체가 아닌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손해보전이 목적이 아닌, 당사자를 괴롭히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팀이 지난 24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당사자에게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팀에 따르면 손배 가압류 노동자 233명 중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했던 남성 노동자는 6명이었다. 이는 같은 나이대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43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과거 KTX 한 해고 승무원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2억원의 배상금에 대한 압박감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우선 경찰청 측과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위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청은 국가손배소송을 총괄하는 기관이 법무부이고, 경찰은 가압류를 풀겠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 6건에 이른다. 세월호 추모 집회( 7,780여만원),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5억1,709만원), 한진중공업 희망버스(1,529만원),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3억8,667만원) 등이 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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