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 호남 중진 의원 중심으로 양당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국민의당 시절 박주선 의원과 장병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 호남 중진 의원 중심으로 양당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국민의당 시절 박주선 의원과 장병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통합설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갈라선지 1년 만에 '도로 국민의당'이 정계개편의 한 시나리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번 양당 통합에 대해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호남 중진의원들은 평화당과의 통합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평화당이 바른미래당보다 통합을 더 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원수'처럼 싸우던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지난해 이맘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4 임시 전당대회 소집 취소 및 전당원투표 개최를 결정하던 시기다. 호남 의원들 중심으로 전당대회 없는 정당 통합을 반대했고, 의원총회에서 고성과 일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없는 통합은 마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이 선거를 없애고 체육관에서 직원들 모아서 98% 찬성을 받는, 또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처럼 세습한 것이 안 대표"라며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하다. 정당사에 길이길이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평화당 소속 의원들은 과거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친문패권주의'를 비난했던 것처럼 안 대표를 향해 '사당화 패권정치'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이같은 비난의 화살은 현재 양당 통합을 추진하는 호남 중진인 김동철·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하기도 했다. 당시 두 의원은 중재파로 활동하다가 바른미래당으로 합류했는데, 평화당은 이를 "과거를 부정하고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박주선 의원도 지지 않고 "호남의 이익만을 위해 호남 사람끼리만 하는 정당은 마치 우물 안 개구리 정당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소멸할 것"이라는 등 호남 의원끼리도 거센 신경전을 펼쳤다.

◇ 총선 앞두고 생존 때문?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최근 호남 중진 의원들은 양당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1일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바른미래당은 솔직히 국민들로부터 그 역할에 대한 가능성에 많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통합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평화당 전체 의견은 아니지만) 상당히 가능성 있게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고, 장병완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통합 논의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양당 통합을 통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중도개혁세력이 하나가 되는 제3지대를 형성하고, '적대적 공생'을 이어가는 거대양당 민주당과 한국당을 대신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앞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의 호남 의원들은 평화당의 호남 지지율이, 평화당은 '호남정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바른미래당의 전국 인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전국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6%, 평화당 1%였다. 다만 호남 지역에서는 평화당이 8%로 바른미래당(1%)을 크게 앞섰다. '만약 내일이 총선이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평화당 12%, 바른미래당 3%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국적으로는 바른미래당 6%, 평화당 2%로 조사됐다. <조사기간 1월 29~30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남녀 1,004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5%.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지난해 지역·이념 갈등 타파 등을 명분으로 추진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도 당시 6·13 지방선거를 앞두면서 선거를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통합이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서로 각자의 길을 가다가 도저히 안 되니까 다시 한번 헤쳐모여 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지 의문"이라며 "지금 당이 창당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창당정신에 기초해 자강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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