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형 좀비들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연출 김성훈, 극본 김은희)부터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까지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였던 좀비가 어느새 한국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다.
◇ 조선시대와 ‘좀비’의 만남
올해 가장 먼저 대중과 만난 한국형 좀비는 ‘킹덤’이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된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킹덤’은 영화 ‘터널’(2016) 김성훈 감독과 케이블채널 tvN ‘시그널’(2016) 김은희 작가, 각각 영화와 드라마에서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리던 이들의 만남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천만 배우’ 주지훈·배두나·류승룡이 힘을 보탰고, 좀비 역을 소화한 약 40명 단역 배우들의 열정이 더해져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킹덤’은 아름다운 영상과 탄탄한 서사, 숨 막히는 스릴과 긴장을 선사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킹덤’은 이례적으로 시즌1을 공개하기 전, 시즌2 제작을 확정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킹덤’ 각본을 맡은 김은희 작가는 최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좀비’를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계층 간의 문화가 확실했던 조선시대에 왕, 양반, 평민 등 모든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된 좀비 사회가 오히려 평등한 시대, 평화로운 시대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농촌에 불시착한 좀비 이야기
또 하나의 좀비물 ‘기묘한 가족’도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미스터리 스릴러 ‘킹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코믹 좀비물이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
‘기묘한 가족’은 좀비 개념 자체를 모르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말귀를 알아듣는 좀비가 불시착한다는 설정으로 기존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기묘한 가족’은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와 느린 말투가 특징인 충청도의 아이러니한 조합으로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기묘한 가족’이 관객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조합이다. 정재영·김남길·엄지원·이수경·정가람·박인환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기묘한 가족’ 배우들의 연기 경력은 총합 125년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총 1억2,400만명의 관객동원력을 과시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묘한 가족’에서 우유부단한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몸 개그로 코믹 내공을 발산한 정재영은 최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기묘한 가족’에 대해 “신선함은 무조건 인정”이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좀비물이 코미디 영화로는 많지 않다. 그만큼 신선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묘한 가족’이 한국판 좀비물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