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자유한국당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날짜가 겹치자 한국당 일각에서는 ‘신(新)북풍’ 주장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국당의 정치 일정에 맞춰 대북문제와 관련된 굵직한 이벤트가 기획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국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정부는 지난번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 우리나라 지방선거 직전에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은 쓰나미로 대한민국 지방선거를 덮쳤고 한국당으로선 지방선거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며 “전당대회 날짜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공교롭게 겹치게 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것이 의심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행여나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 본 정부여당이 만약에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마 국민들도 세 번쯤 되면 그 진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도 전날(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쇄 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이라며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문제조차도 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 당에서는 이번 전대를 한 달 이상 미뤄 지선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 미북회담 후 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열거나 김정은의 방한을 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의 ‘신북풍’ 주장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21대 총선을 앞두고 종전선언 등 대북문제와 관련한 ‘빅 이벤트’가 마련되면 지방선거 때처럼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내부 관측도 있다.

‘북풍’은 주로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이 활용해왔던 북한 변수다. 대표적인 ‘총풍 사건’은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에서 상대진영의 김대중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북측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보수정당은 줄곧 총선·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색깔론’을 활용한 공세를 펼쳐왔다. 중국의 탈북자 북한 송환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논란 등은 보수정당이 제기해 여론의 힘을 받았던 북풍 의제이기도 하다. “한국당이 신북풍의 피해자”라는 주장이 아이러니하게 들리는 이유다.

민주당은 북미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를 연관 짓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황당무계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한국당 전당대회가 언제 열리든 그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북미회담을 이렇게 희화화하는 한국당의 인식이 처연하기만 하다”며 “자신의 필요를 위해 모든 것을 가져다 꿰맞추는 황당무계한 음모론은 이제 그만 늘어놓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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