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파격적으로 선임했던 임은주 전 단장이 열흘 만에 물러나는 촌극을 벌였다. 이로써 키움증권은 씁쓸한 분위기 속에 첫 시즌을 기다리게 됐다. 사진은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 당시 연단에 오른 이현 키움증권 대표. /뉴시스
키움 히어로즈가 파격적으로 선임했던 임은주 전 단장이 열흘 만에 물러나는 촌극을 벌였다. 이로써 키움증권은 씁쓸한 분위기 속에 첫 시즌을 기다리게 됐다. 사진은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 당시 연단에 오른 이현 키움증권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 히어로즈와 5년 총액 50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프로야구 마케팅에 출사표를 던진 키움증권. 하지만 첫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단맛보다 쓴맛을 먼저 보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달 22일 임은주 전 단장을 새로 선임하며 주목을 끌었다. 여성 축구심판 출신이자, 여성 프로축구 단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무척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일각에선 야구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임은주 전 단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드러내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임은주 전 단장은 곧장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였다. <엠스플뉴스>가 임은주 전 단장이 프로축구계에 몸담았던 시절과 관련된 의혹을 연이어 보도한 것이다. 지인에 대한 특혜채용, 감독에 대한 월권, 가족 회사를 통한 사익추구 등 민감한 의혹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결국 임은주 전 단장은 부임한지 열흘 만인 이달 초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여성 단장이란 타이틀을 달았던 임은주 전 단장이 역대 최단기 단장이란 불명예 기록과 함께 물러난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 측은 임은주 전 단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으나, 야구계에서는 사실상의 경질이란 시각이 주를 이뤘다. 임은주 전 단장이 자리를 유지할 경우, ‘키움 히어로즈’의 새출발은 점점 더 큰 논란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앞서 지난달 15일 개최한 출범식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이 자리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의 새로운 엠블럼과 유니폼 등이 공개됐고, 키움증권 및 야구단 관계자들의 각오도 전했다. 지난해 많은 사건 및 논란에 휩싸였던 히어로즈였기에 이 같은 새출발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임은주 전 단장 선임은 이 같은 쇄신 행보의 연장선상이었다. 참신한 인물을 파격적으로 발탁하며 변화의 이미지를 불어넣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특히 임은주 전 단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들은 묘하게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를 떠올리게 하며 더 큰 타격을 입혔다.

이로써 야심차게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은 키움증권은 새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땀을 흘렸다.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 대신 리스크를 먼저 경험하게 된 셈이다.

이는 앞서 제기된 우려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이장석 전 대표의 실형 선고와 선수들의 성폭행 의혹, 뒷돈 트레이드 적발 등으로 프로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또한 당시 메인 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의 쇄신 방안 마련 요구에도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로 인해 히어로즈는 퇴출 요구에 직면했고, 넥센타이어와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그런 히어로즈를 향해 키움증권이 손을 내밀었다. 히어로즈가 지닌 리스크보다 프로야구의 인기와 인지도 상승효과를 더 높이 산 것이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마케팅효과보다 리스크를 먼저 경험하며 다소 씁쓸한 분위기 속에 첫 시즌을 맞게 됐다.

지난해 11월 계약서에 사인한 키움증권과 서울 히어로즈의 계약기간은 5년. 키움증권이 남은 기간 야구 마케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지, 잘못된 선택으로 남지는 않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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