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 및 창당 1주년 기념 떡 커팅식에서 정동영 대표와 정대철 상임고문 등 참석자들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 뉴시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 및 창당 1주년 기념 떡 커팅식에서 정동영 대표와 정대철 상임고문 등 참석자들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지난 1년 우리 민주평화당은 중도개혁정당, 다당제 합의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세력에 맞서서 끈기 있게 싸워왔습니다.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라보기보다는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합니다. 분열보다 통합, 반목보다 화합이 우리의 길입니다.”

민주평화당이 창당 1주년을 맞았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창당기념식에서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내 호남 중진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안철수 전 대표만 빠진 ‘제2의 국민의당’에 대한 논의가 총선을 앞둔 국회에 정계개편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동영 대표와 당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단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창당 1주년 기념 떡 커팅식을 열어 자축했다.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100년 전 이 서대문 감옥에서 쓰러져 간 선열들이 꿈꿨던 자주독립의 나라에 대한 목표를 (위해) 진정한 노력을 하고 있는 세력은 평화당”이라고 강조했다.

장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이제 평화당이 좀 더 넓은 품으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중도세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오늘 1주년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다. 내년 2주년 기념식 때는 오늘의 역량을 뛰어넘어 21대 총선 수권정당으로 가는 최일선에 우리 평화당이 서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당이 바른미래당 일부 호남의원들과 통합해 ‘제2의 국민의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논의는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과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이 설 연휴 직전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 소속이었다.

김동철 의원은 회동 후 “호남 기반의 두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조기 통합을 추진하자는데 원칙적인 의견 일치를 봤다”면서 “오만과 독선에 빠진 더불어민주당과 무능한 자유한국당을 뛰어넘는 수권 대안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이 ‘중도’를 내세워 20대 총선에서 제3당이 됐던 것처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중도세력 중심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평화당 창당기념식에서도 ‘제3 야당’에 대한 언급이 계속해서 나왔다. 정 대표는 “개혁야당 평화당이 개혁을 이끌고 돌파해야한다. 우리 정치가 촛불 이전으로 뒷걸음질 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개혁야당 평화당이 한국정치 개혁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했고,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금 야당을 하고 있는 한국당도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집권당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가교의 역할을 해서 제대로 된, 정상화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 평화당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통합 논의는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평화당 양당 모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다만 20대 총선과 다른 점은 안철수 전 대표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시절부터 안 전 대표의 정치적 노선에 대해 갈등을 빚어온 호남 의원들이 ‘진보’를 기치로 내건 대안야당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기 역시 안 전 대표와 관련이 있다. 지방선거 패배 후 안 전 대표가 귀국시한을 정하지 않고 독일 유학을 떠난 시점이 ‘제2의 국민의당’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최적기라는 판단이다. 안 전 대표가 귀국해 바른미래당의 자생 논의가 시작되면 평화당의 구상은 힘을 잃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PK(부산·경남)지역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나 민주당 지지도가 아주 추락하고 있다. 35% 미만으로 떨어지던데 그렇게 되면 보수세력이 뭉치기 때문에 우리 진보개혁세력도 어쩔 수 없이 뭉쳐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총선 때까지는 우리가 옛날 국민의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협력해야 된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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