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사정민 상생협력으로 침체에 빠진 제조업을 부활시킬 수 있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돌파구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로 지역의 청년층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8일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열고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경험삼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을 만든 것이 광주형 일자리”라며 “정부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과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2021년 생산 및 판매 목표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7월 광주지역 노동계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광주시 핵심사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2018년 6월 현대자동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협약식을 체결하게 됐다.

협약내용에 따라 광주시와 현대차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법인이 새롭게 만들어질 예정이며, 늦어도 2021년부터는 생산 및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완성차 공장이 국내에 건설되는 것은 1998년 르노삼성의 부산공장 이후 약 22년 만의 일이다. 노동자들은 업계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는 대신 광주시가 제공하는 교육·주거·육아시설 등 복지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 누적생산대수 35만대까지는 주 44시간 초임 평균연봉 3,500만원 등의 근로조건이 유지된다.

정태호 일자리 수석이 광주형 일자리의 의미와 미래 전망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정태호 일자리 수석이 광주형 일자리의 의미와 미래 전망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가시권에 오르자 2~3곳의 지자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군산과 구미, 대구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르면 상반기 중 최소 한 두 군데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역 노사민정의 합의를 바탕으로 유치할 산업을 자체적으로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다수의 지자체들도 지역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사업실패하면 세금형 일자리 전락

저성장·저고용 시대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사업의 연속성과 경영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협약에 따르면, 사업체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출자하는 590억 원과 530억 원을 포함해 자기자본 2,800억과 차입금 4,200억 원으로 운영된다. 차입금 대부분을 국책은행이 맡게 되면 사실상 ‘준공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정권이 바뀌면 연속성이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사업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인근의 군산을 두고 광주에 또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생산할 경차형 SUV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자생력이 없다면, 세금만 쏟아 부은 실패한 일자리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었다.

정부는 법제화를 통해 광주일 일자리 사업이 시스템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이 밑바탕 됐음은 물론이다. 사업적 측면은 시장과 사업자들의 판단에 맡겼다. 현대자동차가 기술과 판매를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력에 대해 보다 정밀한 검토와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정태호 일자리 수석은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제도화”라며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대해 중앙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만드는 것을 산업자원부에서 준비하고 있다. 2월 중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성과 관련해서는 “차종 선택도 중요한 협상내용 중 하나였는데, 경차형 SUV를 선택한 것은 시장이 SUV로 전환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일각에서는 경차SUV 경쟁력에 의문을 제시하는데 사업하는 분들이 냉정하게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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