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8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데뷔 28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데뷔 28년 만에 제대로 전성기가 도래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안방극장을 점령한 것은 물론, ‘완벽한 타인’ ‘뺑반’ 등 스크린에서도 뜨거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것. 누구보다 핫한 요즘을 보내고 있는 배우 염정아의 이야기다.

염정아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작품에 'SKY 캐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지난 1일 종영한 JTBC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다. 해당 작품에서 염정아는 핏줄 하나까지 ‘한서진’이자 ‘곽미향’으로 분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연기력을 재입증한 것.

극중에서 그가 내뱉은 “아갈머리” “쓰앵님” 등은 남녀노소가 사용하는 유행어로 재탄생됐으며 염정아는 ‘아갈 미향’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뜨거운 그의 화제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8일 <시사위크>와 만난 염정아는 “그동안 못 느꼈던 걸 느끼고 있다”고 인기소감을 전했다.

- ‘SKY 캐슬’ 작품 촬영한 이후 인기 실감하고 있나.
“그동안 저를 몰랐던 젊은 세대, 10대‧20대들이 저를 알게 됐고 그러면서 팬들이 생겼다. 종방연부터 느꼈는데 저만을 찍으러 오는 친구들이 있더라. 편지도 주고 (촬영)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라. 기다리던 친구가 대학생이었는데 ‘공부해야하지 않나’고 물었다.(웃음) 발리 공항에 갔더니 현지 소녀들이 나와서 한국말로 ‘SKY 캐슬’ ‘예서엄마’ ‘곽미향’ 이라고 외치더라. 어렸을 때도 못해본 경험을 하고 있다.”

- 'SKY 캐슬‘이 초반부터 시청률이 높진 않았다. 첫 회 시청률 1.7%를 시작으로 마지막 회 시청률은 23.8%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을 보고, 시청률 20%를 돌파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시청률이 많이 나올거라고 기대는 안했지만 1점대가 나올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실망스럽기도 하면서 주눅이 든다고 그럴까. 우린 너무 파이팅 넘치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하루 만에 시청률이 올랐다.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지만 남의 일 같다. 아직 저한테 일어난 일이라는 게 실감이 잘 안 된다.”

- 최근 브랜드 평판 1위를 기록할 만큼 ‘염정아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저도 노력은 했지만 운이 안 따르곤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제가 생각하기엔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연기 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걸 처음 해봤다. 옛날에는 조금 시청률이 잘 나왔지 않나. 그 이후로 이렇게 많이 나온 게 오랜만이다.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그 드라마에 제가 같이 연기를 했다는 것도 놀랍다.”

'한서진'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한서진'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 ‘한서진’ 캐릭터가 워낙 감정적인 소모도 많고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여서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한서진’을 표현할 때 포커스를 둔 부분이 있나.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극중 한서진은 워낙 여러 인물들과 붙어 있다. 하지만 후반이 되기까지 한서진과 같이 진심을 나누는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제가 각 인물들과의 관계변화에서 중심을 잡는 것에 신경을 썼다.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쭉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각에 있다가 같이 했다가 한다. 한 회 한 회 중심을 잡는게 포인트였던 것 같다.”

- 이번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나.
“원래 완벽하게 설정을 다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본을 꼼꼼하게 본 다음에 대사만 착실하게 외워간다. 현장에서 사람을 보고 감정 연기를 시작한다. 미리 반드시 준비해 가야하는 것은 (호흡을 맞추는) 이 사람과 바로 앞 장면에서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파악해야한다. 이것들을 철저하게 계산하기 위해 원래 대본에 뭐 쓰는 걸 안 좋아하는 데 이번에는 김주영(김서형 분)과 바로 전에 무슨 대사를 나눴는지 등을 짧게 썼다. 이런 걸 놓치면 전체 드라마 맥이 끊겨버렸기 때문에 그런 걸 잡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 ‘SKY 캐슬’을 촬영하면서 특별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은 배우가 있는가.
“1회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정난 언니 연기를 보고 ‘우리 다 어떻게 하냐’ 했다. 저희들한테 긍정적으로 자극이 돼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현탁 감독에게 남다른 신뢰감을 드러낸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조현탁 감독에게 남다른 신뢰감을 드러낸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 가장 먼저 드라마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 어떤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또한 개인적으로 ‘SKY 캐슬’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조현탁 감독님 때문이다. 조현탁 감독님과 ‘마녀보감’(2016)이라는 작품을 함께 했다. (작품을 함께 하면서) 굉장히 신뢰를 많이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다음)작품을 하실 때 꼭 믿고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찰나에 먼저 제안을 하셨다. 안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저희 드라마에서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것들이 있었다. 작가님과 감독님께서는 이 열악한 교육 현실에서 한 가정이라도 살려보고자 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알자’는 취지로 드라마를 만드신 걸로 알고 있다. 너무 공감을 했다. 저는 일단 배우로서 극중에 나오는 인간들의 여러 상이 나오지 않나. 여러 인물 관계와 부딪히는 것들, 보여 지는 모습과 그 안의 모습, 관계와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른 모습이 재밌게 다가왔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과 만들어내면 이런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아갈머리’ ‘쓰앵님’ 등의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유행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
“‘쓰앵님’은 제가 한 말인지 몰랐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인지 알았다. 처음엔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도 몰랐다. (‘쓰앵님’도) 그런 류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누가 뜻 풀어놓을 걸 보고 제가 한 말인지 알았다. 저는 분명 선생님이라고 한건데 통화하거나 말을 빨리 할 때 ‘쓰앵님’으로 들린 것 같다. 그 뒤로 신경이 쓰이는 데 멈출 수가 없었다.

(‘아갈머리’는) 유행까지는 생각 못했다. 근데 연기를 할 걸 생각하니 너무 재밌더라. ‘이 대사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방송 나가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아갈대첩’이라고 불리는 신(혜나가 죽은 뒤 네 가족의 부모가 모여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때가 재미있었다. 느끼는 바도 있었다. ‘이렇게 데면데면하고 좋지 않은 부부도 이럴 땐 똘똘 뭉쳐서 서로 싸우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싸우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현장에서 내 아이를 건드는 말을 하면 화가 막 나더라. 격해지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여배우'이자 '엄마'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여배우'이자 '엄마'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 'SKY 캐슬‘ 속 4명의 엄마들(윤세아,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중 유일하게 실제 현실 속에서도 엄마다. 부모 입장에서 공감이 갔던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전반적으로 (작품을 보고) 놀랐다. 저는 아직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줄임말)이라는 단어자체도 드라마 대본으로 처음 봐서 찾아봤다. 정시, 수시, 학종 등 수능을 어떻게 보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해야할 게 너무 많더라. 내신관리가 이렇게 중요한지도 몰랐다. 또 봉사활동이 점수에 들어가는지 몰랐다. 드라마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생각보다 아이들 대학 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드라마하면서 두려움이 좀 생겼다.”

- 그렇다면 원래 교육 방식은 어떤 편인가.
“유치원 때까지는 완전히 옆에 딱 달라붙어서 챙기는 엄마였다. 그게 잘하는 건지 알았고 그렇게 해야만 제 속이 편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놔두니까 알아서 잘하더라. ‘점점 이렇게 커가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면에서 편해졌다. 저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학원 다니고 학습지하고 한다. 많이 시키는 건 아니지만 안쓰럽게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더 할거라고 생각되니까 걱정이 좀 된다.”

- ‘여배우’와 ‘워킹맘’로 균형을 맞춰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힘들다. 오늘 아침에도 제가 나와야 하는 시간에 아이들 학교에 내야하는 신청서 사인이 쌓여있어 늦을 뻔 했다. 이게 진짜 내 현실인데 이제 (아이들) 새 학년 올라가면 준비 언제하지 싶다. 

정말로 남편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엄마가 꼭 해야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봐주시는 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꼭 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아빠가 해주면 맘이 놓인다.”

영화 '미성년'을 통해 대중과 만남을 앞두고 있는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영화 '미성년'을 통해 대중과 만남을 앞두고 있는 염정아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SKY 캐슬’ 덕분에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이 올 것 같은데 어떤가.
“지금 저한테까지는 안 오기도 했고, 책(대본) 볼 시간이 없다. 내일 모레 푸켓에 갔다 오면 정리가 좀 될 것 같다. 그 때부터 다음 작품을 차분히 봐야할 것 같다. 이제 곧 작년에 찍었던 ‘미성년’이라는 영화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봉될 것 같다. 제일 먼저 인사드릴 작품이다.”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다는 점에서 ‘SKY 캐슬’은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여배우끼리 회식하거나 할 때 모여서 ‘언제 이런 드라마 만나보겠나. 진짜 여기서 잘해서 계속 이런 드라마 만들 수 있도록 잘해보자’ 이야기를 했다. 파이팅 넘치게 시작했고 결과가 좋았다. (앞으로) 기대를 해볼 만할 것 같다. 이런 종류의 많은 콘텐츠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처음 경험해보는 큰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일단 지금은 차기작은 결정이 안 되어 있다. 그리고 ‘미성년’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홍보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안가지려고 한다. 천천히 읽고 빨리 결정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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