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느덧 1주년을 맞이했다. /뉴시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느덧 1주년을 맞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18년 2월 9일. 세계인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바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린 날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펼쳐진 개막식은 국내외에서 큰 찬사를 이끌어냈다.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며 전 세계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시작한 대회는 패럴림픽까지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끝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했고, 예상보다 심한 한파가 덮쳤지만 역대 가장 안전한 올림픽으로 마무리됐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평창동계올림픽은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단순히 4년마다 돌아오는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시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시스

◇ 한반도 평화시대 열어젖힌 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만 해도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남북관계가 오랜 세월 얼어붙어있던 상황에서 북미관계까지 악화되며 연일 서로를 향해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을 때, 평창동계올림픽은 반전의 계기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한선수단의 대회 참가와 남북단일팀 구성 등이 긴박하게 성사됐고, 북한 고위층 인사들도 개막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 번 방향을 바꾼 물살은 급속도로 흘러갔다. 남북 간의 활발한 교류가 다시 싹트기 시작했고, 북미관계에도 찬바람이 아닌 훈풍이 불었다. 대회를 마친 지 두 달여 만인 4월 27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남을 가졌고, 6월 12일엔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렇듯 한반도 정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갈등과 전쟁위협으로 가득했던 곳에서 평화와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곳으로 바뀌었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진정한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한반도 정세는 잠시 정체를 맞기도 하고, 다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20여일 앞으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크고 작은 위기들을 꾸준히 넘어서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괄목할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심석희에 대한 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조재범 코치. 심석희는 그가 성폭행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뉴시스
심석희에 대한 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조재범 코치. 심석희는 그가 성폭행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뉴시스

◇ 숙제도 남겼다… 민낯 드러낸 스포츠계 적폐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평화만 선물한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왔던 씁쓸한 숙제도 들춰냈다.

그 숙제는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쇼트트랙 간판선수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선수단을 이탈한 것이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조재범 코치는 항소심까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석희는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 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성폭행 문제가 스포츠계 역시 예외는 아님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대회 도중엔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3명이 함께 힘을 모아야할 경기에서 특정선수를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이는 빙상계에 만연해있던 파벌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고,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는 특정인물 또는 특정세력에 의해 장악된 국내 스포츠계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스타로 등극한 여자 컬링대표팀 역시 마찬가지. 대회 내내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대회가 끝난 이후 이들 역시 폭로에 나섰다. 이 또한 국내 스포츠계의 구조적 적폐를 드러낸 것으로,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만큼은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 및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스포츠계 구조 혁신을 추진할 기구로, 오는 6월까지 세부과제를 도출한 뒤 이행 현황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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